[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자기주식을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오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자사주 제도 개선에도 SK그룹과 삼천리그룹은 자사주가 대주주의 취약한 지배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SK와 삼천리는 대주주의 취약한 지배력으로 인해 자사주 소각이라는 주주환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26일 SK의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의 자사주 보유 규모는 1798만주로 발행주식총수의 24.80%에 이른다. 최태원 회장의 주식 규모(17.90%)를 훌쩍 뛰어 넘는다. 여동생 최기원(6.65%) 지분을 합산하더라도 자사주 비중을 넘지 않는다.
SK의 자사주 비중은 롯데지주(32.51%), TY홀딩스(29.79%), 대신증권(25.17%) 등을 제외하면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SK의 자사주는 2015년 SK C&C의 옛 SK 흡수합병의 산물이다. 당시 합병회사 SK C&C가 보유하고 있는 SK주식회사 주식에 대해 받은 합병신주로 현재 자사주의 모태다. 당시 합병신주 1101만주는 현재 SK의 자사주(1798만주)의 61%에 이른다. SK가 2019년 352만주의 자사주를 취득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자사주 대부분이 합병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합병 이전 최태원 회장의 SK C&C 지분율은 37.4%였으나 합병으로 인해 SK 지분율이 합병 직후 23.4%로 낮아졌다. 최 회장은 SK C&C와 옛 SK 간 합병 이후 지분 증여 등을 통해 지분율이 추가로 낮아졌다. 그럼에도 SK는 합병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처분한 적이 없다. 자사주를 처분할 경우 그룹 지주회사의 취약한 지배력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SK는 자사주 보고서에서 자사주 처분 계획이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삼천리도 자사주를 통해 대주주의 취약한 지배력을 보완하는 곳이다. 삼천리의 발행주식총수 대비 자사주 비중은 15.56%로 이만득 명예회장(8.34%)을 넘어선다. 특히 삼천리는 삼천리가(家)의 장손인 이은백 사장(9.18%)과 유상덕 ST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 회장(6.46%)과 유상덕 회장의 차남 유용욱(Yoo Robert Yong Wook, 9.18%)의 지분 경쟁 구도가 형성돼 있어서 자사주 처리 향방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
삼천리는 자사주를 취득한 이후 이익소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자사주 보고서에서도 보유 중인 자사주 소각과 처분 계획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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