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에 돌입하면서 유통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감도는 가운데, 대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임원 수를 대거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 속 비용을 줄여 내실을 다지고, 중점 사업에 투자해 외형을 확장하는 '성장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목표다.

26일 유통 대기업들의 사업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 포함)는 지난해 말 기준 미등기임원 수가 32명으로 전년(42명) 대비 10명 줄었다. 이에 따라 미등기임원 연간 급여총액은 283억3900만원에서 220억300만원으로 22.4% 감소했다. 1인당 평균 급여도 6억7500만원에서 5억9800만원으로 11.4% 낮아졌다.
같은 기간 전체 직원 수도 2만4548명으로 전년(2만6013명)보다 1465명 줄었다. 이마트는 지난해 G마켓, SSG닷컴 등 계열사를 비롯한 전사 희망퇴직을 시행한 바 있다.
신세계 미등기임원도 43명에서 38명으로 줄며, 연간 급여총액도 297억2000만원에서 253억3900만원으로 14.7% 감소했다.
롯데쇼핑 미등기임원 역시 81명에서 75명으로 6명 줄었다. 연간 급여총액은 273억4900만원에서 278억800만원으로 소폭 늘었는데, 퇴직금과 2023년 성과급이 반영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체 직원은 1만9676명에서 1만8832명으로 844명 감소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미등기임원은 37명으로 전년과 같았지만, 연간 급여총액은 169억2000만원에서 145억4800만원으로 14.0% 줄었다.

이처럼 주요 유통 대기업들이 미등기임원을 줄이고, 급여를 삭감한 것은 업황이 부진한 여파로 풀이된다. 대부분 오프라인 사업 비중이 큰데, 최근 몇 년 새 내수 침체 장기화와 이커머스 급성장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비용 효율화를 추진한 만큼, 올해 실적 반등에 나서겠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수익성을 고려해 오프라인 매장 출점을 자제했던 기조에서 벗어나 일제히 외형 확장에 나서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마트(트레이더스 포함)는 올해 3곳의 신규 출점에 나서고, 신규 점포 부지 5개를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지난달 문을 연 트레이더스 마곡점에 이어 상반기에 이마트 강동구 고덕 강일점, 하반기에 트레이더스 인천 구월점을 오픈한다.
롯데쇼핑도 지난 1월 6년 만에 새 롯데마트 천호점을 출점했고, 2분기에는 경기 구리점의 문을 열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영플라자와 노원점 리뉴얼을 추진한다. 여기에 지난 24일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이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5년 만에 복귀하며 유통 사업군을 본격적으로 지휘한다.
현대백화점도 공격적인 신규 출점에 나선다. 오는 2027년까지 역대 최대 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더현대 광주'를 비롯해 프리미엄아울렛 2곳과 도심형 복합쇼핑몰 1곳 등 점포 총 4곳을 오픈할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들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이마트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는 3948억원으로 전년 대비 250% 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은 5819억원으로 약 20%, 현대백화점은 3670억원으로 약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주총회나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에 신규 출점을 늘리겠다는 대표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며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이를 본업에 투자하는 순환 구조 만들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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