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훈기자]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생각하면)잠을 잘 못자고 있습니다. 내부적인 고민을 거듭했지만 결국 해답은 유럽 시장이라고 봅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3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코렐리아 캐피탈 K-펀드 1 출자 기자간담회'를 통해 스타트업 발굴과 전략적 투자로 유럽 시장 진출 출사표를 던졌다.
이해진 의장은 "구글, 페이스북의 글로벌 독점은 점점 더 심해지고, IPO 시장이 씨가 마를 정도로 스타트업도 워낙 많이 사들이고 있다"며 "이번 펀드 출자는 투자수익이 전부가 아니며 단순 투자가 아닌 의미있는 사업관계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네이버는 라인과 함께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디지털경제 장관과 유럽 금융 전무가 앙투안 드레수가 설립한 벤처 투자사 '코렐리아 캐피탈'에 첫 출자기업으로 참여하게 된다.
네이버와 라인이 각각 5천만유로씩 총 1억유로(1천233억원)를 출자하게 되며 3천만 유로는 펀드 오브 펀드로 집행되고 7천만 유로는 코렐리아 캐피탈이 직접 스타트업 발굴하는데 쓰이게 된다.
◆푈르랭 대표, 구글 독점에 맞서다
플뢰르 펠르랭 코렐리아 캐피탈 대표는 "유럽은 글로벌 기업들의 세금 문제와 개인정보보호 이슈가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국가의 기업들과 경제 주체를 도와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지만 유럽 스타트업은 미국에 비해 제대로 된 벤처캐피탈 지원을 받고 있지 않다"며 "네이버와는 디지털 경제, 비전, 시장 영향, 정보 접근에 있어서 공동의 비전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펠르랭 대표는 유럽에서 대두되고 있는 구글 반독점 문제를 겨냥하며 이를 벗어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인터넷 시장에서 정보를 자유롭게 제공하고 혁신과 경제적 발전을 이루길 원한다면 일부 주자만 인터넷을 점유해서는 안된다"며 "많은 플레이어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정한 경쟁은 한 국가에서만 있는게 중요하지 않으며 한 기업을 두고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프랑스 전 장관으로서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현지에서 매출을 거둔다면 현지에서 세금을 내는 것도 당연하다"며 사실상 구글을 겨냥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또 "최근 한국에서 불거지고 있는 지도 데이터 문제도 공정한 경쟁과 디지털 주권 문제를 야기하는 이슈"라며 "다국적 기업들 경우 그들의 이익만 추구할 뿐 각 국가 경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다시말해 유럽 시장에서 구글의 검색 점유율은 90%에 달하는 만큼 유럽 전역에 걸친 구글의 시장 지배적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 동남아 이어 유럽 시장 도전
일본에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한 네이버는 최근 동남아 시장에서 '문화화' 전략을 통해 새로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북미와 유럽 시장이 남아있지만 새롭게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스마트 포털 전략이나 서비스 직접 진출보다는 투자와 스타트업 발굴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네이버는 라인 외에도 브이앱, 스노우 등 동영상 서비스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서비스 진출로는 한계가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 문화적 차이, 시장 구조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서비스 직접 진출도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일례로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쓰이는 모바일 메신저는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등이며 왓츠앱의 경우 국가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유럽에서 80~90%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인터넷 시장에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맵핑 등 새로운 신기술과 접목되면서 제2의 물결이 일고 있는 만큼 신기술의 발굴과 스타트업 투자가 아니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뒤따른 것으로 보인다.
코렐리아 캐피탈 역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머신러닝(기계학습) 등 핵심 인터넷 분야를 우선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결국 구글의 반독점 지배를 벗어나야 한다는 푈르랭 대표와 유럽 시장 진출 숙원을 갖고 있는 네이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이해진 의장은 "지난 사업 경험에 의하면 해외사업이라는게 어렵고 힘든일이지만 결국 또 다른 해외 진출 성공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네이버와 라인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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