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성, 조석근기자] "자기기인(自欺欺人)으로 판을 흔들고 있다."
임헌문 KT 매스총괄 사장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뜻인 자기기인은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까지 속일 때 쓰는 말이다. 즉 "CJ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국민편익을 증진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힌 SK텔레콤의 인수합병(M&A) 추진 배경이 자기기인이라는 것이 임 사장의 주장이다.
임헌문 사장은 지난 18일 광화문 그랑서울에서 개최한 기자송년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임 사장은 이날 작심을 한 듯 "요즘 판을 바꾸겠다는 사업자 때문에 업계가 시끄럽다. 남이 일군 사업을 가져오는 게 판을 진정 바꾸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며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닐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 통신은 각기 다른 틀 속에서 성장해왔는데 방송 통신 융합을 말하지만 틀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통신 산업의 방송산업 인수가 독점에 따른 요금인상과 콘텐츠 산업 경쟁력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금 판을 흔들겠다는 사업자는 과거 자기기인으로 판을 여러 번 흔들었고 또다시 믿지 못할 말로 정부 업계 국민 속이려는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언급한 과거의 자기기인이란 SK텔레콤이 지난 2000년 신세기 통신을 인수한 것으로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SK텔레콤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 국민편익 서비스 확대 등을 위해 신세기통신 인수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의 '인수합병의 변'이 현실이 되지 않았다고 저적한 셈이다.
이날 송년회는 임 사장을 비롯해 구현모 지원총괄 부사장, CR부문 맹수호 부사장 등 주요 임원들도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KT경제경영연구소 김희수 부소장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1위 사업자가 지역권역 점유율 50% 이상, 알뜰폰 1위 사업자를 인수하는 것으로 경쟁자를 인수해 없애는 것"이라면서 "(시장이) 한번 고착화하면 회복시킬 수 없으며, 케이블방송의 발전방안, 공공성 지역성을 고민한 뒤 인수합병 허가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SK텔레콤은 합병의 배경이 글로벌 트렌드라고 말하지만, 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M&A가 경쟁제한성 있으면 엄격히 제한되며 미국에서는 오히려 인수합병 허가조건을 더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언론의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CR부문장인 맹수호 부사장도 직접 보충설명에 나서 "과거에 합병이 승인된 경우도 많지만 경쟁제한성이 있는 대체재를 가진 회사간의 M&A는 부결되며 AT&T의 인가는 해당 M&A가 보완재이기 때문"이라고 거들었다.
이날 임헌문 사장은 케이블TV 업계와의 상생방안을 조만간 내놓겠다는 뜻도 밝혀 이목을 끌었다.
임 사장은 "SK텔레콤이 M&A 발표를 하기전 (M&A 등을) 고민했었지만 결과적으로 케이블방송 산업, 종사자와 생태계가 사라지게 될 가능성을 염려했다"면서 "국민 기업으로서 KT는 중소사업자 상생과 미디어 콘텐츠 상생, 경쟁력 높이기 위해 케이블과의 상생방안을 조만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임 사장은 "KT컨소시엄이 오랫동안 준비한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가칭)'는 예비인가 심사과정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하고 "내년 1월 법인을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K뱅크는 빅데이터 기반의 신용평가를 통한 중금리 대출 등의 혁신적 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임 사장은 "올해 KT는 대한민국 통신 130년을 맞아 국민기업으로서 정체성을 되찾았다"고 말하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5G 올림픽'으로 만들고, 지능형 기가 인프라와 ICT 융합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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