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선언으로 방송통신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방송통신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의 지배력이 유료방송시장으로도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방송통신 서비스 경쟁력을 키워 글로벌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는 반박도 나온다.
SK텔레콤의 M&A는 허용여부를 떠나 새로운 10년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때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아이뉴스24는 M&A와 관련한 이해당사자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들의 목소리가 방송통신 산업에 어떤 시사점을 주고 있는지 진단해본다.[편집자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선언이 방송통신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SK텔레콤의 M&A는 지배력전이 논란뿐 아니라 융합시대의 방송통신에 대한 산업경제적 가치와 방송의 가치에 대한 무게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화두도 함께 던지고 있어 관심을 일으키고 있다.
SK텔레콤이 12월초 미래창조과학부에 합병인가신청서를 접수하면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절차에 따라 심사에 착수한다.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IPTV사업법 공정거래법 등 넘어야 과정이 많고 경쟁사들의 반발도 커 적지 않아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기존 경쟁구도 휘청, 지각변동 불가피
방송통신 시장이 요동친 것은 지난 2일 SK텔레콤이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53.9% 가운데 30%를 5천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히면서부터. SK텔레콤은 추후 오쇼핑이 가진 CJ헬로비전 주식 23.9%도 5천억원 가량에 매입할 수 있는 선택권도 가졌다.
특히 SK텔레콤은 CJ의 제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CJ와 SK텔레콤이 각각 500억원씩 출자해 총 1천억원 규모의 콘텐츠 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CJ는 플랫폼과콘텐츠를 연계한 '쌍끌이 엔진'을 달게 됐다.
SK텔레콤은 인수가 허용되면 2016년 4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을 합병할 계획이다.
M&A가 성사될 경우 국내 방송통신 시장 경쟁구도의 지형도가 달라진다.
초고속인터넷이나 IPTV 부문에서 영향력이 떨어지던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포함)은 유료방송 시장에서도 강력한 경쟁자로 올라선다.
KT는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IPTV와 위성방송(KT스카이라이프)를 기반으로 결합판매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했지만 절대적인 경쟁자를 만났다. 두 회사의 전면전이 예상되면서 LG유플러스의 입지는 좁아 보인다.
LG그룹은 27일 재무전문가인 권영수 전 LG화학 사장을 LG유플러스에 긴급 투입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LG유플러스에 큰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일부 있지만 케이블TV나 글로벌 ICT 기업들과의 지분투자 및 전략적제휴 등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욱이 결합판매 시대를 맞아 이동통신이 다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학계와 경쟁사들 사이에서는 SK텔레콤의 지배력이 다른 영역으로 전이되고, 시장이 경쟁제한적인 상황으로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방송·통신 정체 속 글로벌 강자 공세 확산
SK텔레콤뿐만 아니라 KT나 LG유플러스가 통신시장을 넘어 사물인터넷(IoT)이나 전통산업과의 융합영역, 미디어플랫폼 강화 등에 나서고 있다. 이는 통신이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통신사업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수익성 악화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SK텔레콤 이상헌 CR전략실장은 국회 우상호 정호준 의원이 개최한 방송통신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물론 매출까지 감소하면서 창사 이래 가장 나쁜 실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신시장의 어려움은 SK텔레콤 뿐만 아니라 3사 모두에 해당한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도 낮은 가입자매출(ARPU)와 인터넷서비스(OTT) 활성화에 따라 레드오션이 되고 있다. 케이블TV사업자가 지상파 방송과 콘텐츠 가격을 두고 소송전을 벌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같은 초대형 미디어 사업자는 내년 초 한국시장에 진입하겠다고 선언, 콘텐츠 시장에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아니다. 최대 수출 대상지역으로 꼽히는 중국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방송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중국은 1일 드라마(영화포함) 편성 시간중 해외 콘텐츠 비중을 25%로 제한하고 있다.
이광훈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토론회에서 "콘텐츠 시장에서는 중국이 거대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콘텐츠 사업자를 인수합병하는 실정"이라며 "장기적으로 국내 제작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산업-공익' 적정 무게중심 찾아야
글로벌 시장의 흐름도 급변하고 있다. 전세계 시장에서는 통신과 방송기업간 M&A가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AT&T(통신)가 디렉TV(방송)을 인수하고 스페인에서 텔레포니카(통신, 방송)가 canal+(위성방송)을 인수하는 등 M&A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도 M&A가 불허되거나 정책당국이 강한 허가조건을 부과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경제의 역동성 복원을 위해 대규모 M&A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눈에 띈다. EU에서는 거대통신사의 합병이 소비자편익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각 국은 현실에 맞게 M&A 허용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
국경을 넘은 다양한 서비스와 플랫폼의 경쟁이 벌어지면서 방송통신의 M&A 이슈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회에 융합시대에 맞는 새 기준점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역성과 공공성, 공익성을 바탕으로 하는 방송의 경우 산업경제적 셈법으로 따질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법무법인 태평양 박정은 변호사는 지난 17일 서강대 법과시장경제센터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결합판매 시대를 맞아 방송서비스가 부상품화, 경품화되고 있다"면서 "거대 이동통신사를 따라갈 수 없는 케이블TV사업자는 시장에서 축출될 위기에 처해했다"고 말했다.
미디어 업계의 전문가는 "케이블TV가 확산되기 시작한 90년대와 현재의 환경과 정책목표가 같을 수 없다"며 방송에 대한 가치를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의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제도정비는 더딘 편이다. 지난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은 IPTV와 케이블TV, 위성방송을 하나의 법률로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27일 국회로 넘어간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IPTV 서비스가 시작된 지 8년만에 '단일서비스 단일규제'의 틀이 갖춰진다.
최근 방송통신융합에 따른 제도개선 토론회를 개최한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의 '2000년 방송개혁위원회 특위위원' 활동얘기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 의원은 당시 특위가 방송의 공정성 공영성 다양성 등을 위해 방송원회를 합의제 기구로 만들고, 지상파 방송사에는 이사회 등 '중간장치'를 만들어 간섭을 배제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특위에 방송통신 융합 분과를 두고 산업 측면을 고려했다는 점을 소개했다. 융합분과위는 그러나 산업의 발전을 예측하기 어려워 융합분야를 장기 과제로 미뤄둔 바 있다.
우 의원은 "그 뒤 10년 만에 모바일로 TV를 보는 세상이 열릴 줄 알았겠느냐"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허용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논의가 아니라 10년 후를 고민하고 방송통신 산업도 어떻게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