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올해 네트워크 시장은 민첩성 확보를 위한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SDN)' 열풍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 네트워크 솔루션 기업들이 저마다 SDN을 지원하는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기업들 또한 유연한 데이터센터 구현을 위해 SDN 도입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네트워크 시장 1위 기업인 시스코는 SDN과는 차별화된 '애플리케이션중심인프라(ACI)'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ACI는 SDN이 지향하는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네트워킹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시스코만의 방법론이다.
따라서 올해 네트워크 시장은 소프트웨어를 통한 네트워킹을 주장하는 측과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 중심 네트워킹을 강조하는 시스코 간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네트워크 시장에 새롭게 뛰어든 마이크로소프트(MS)와 VM웨어, 인텔 등의 역할도 주목할 부분이다. VM웨어와 MS는 소프트웨어를 통한 네트워크 가상화 전략을 발표했다. 인텔의 경우에는 제온 프로세서와 오픈네트워크플랫폼(ONP) 뿐 아니라 자회사인 윈드리버의 SDN·NFV를 통해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들의 SDN 전략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SW 기반 네트워킹 솔루션 봇물
IDC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SDN 시장 규모는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IDC는 전체 네트워크의 30%가 SDN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전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은 잇따라 SDN 전략을 발표하며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SDN은 하드웨어 장비 중심의 네트워킹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반의 콘트롤러를 통해 네트워크를 구현한다는 개념이다. 여기에는 오픈소스 기반의 네트워크 가상화 기술인 '오픈플로우'가 핵심 역할을 한다.
오픈플로우 프로토콜을 통해 라우터나 스위치 등의 기존 네트워크 장비에 관계 없이 사용자가 네트워킹을 통제할 수 있다. 오픈플로우 기반의 소프트웨어 콘트롤러가 트래픽 플로우를 관리하는 형태다.
따라서 공급업체에 따라 달라지는 라우터나 스위치 등 네트워크 장비의 제어를 소프트웨어 콘트롤러를 통해 구현하면 여러가지의 작업과 다양한 장비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스코에 도전하는 HP의 경우 소프트웨어 중심 네트워크를 강력히 주장한다. 네트워크 업체인 쓰리콤을 인수한 이후 네트워크 분야에 주력하는 HP는 오픈플로우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SDN을 지원하는 네트워크 장비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스토리지 네트워크(SAN) 분야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브로케이드 역시 SDN에 공들이고 있다. 브로케이드는 제품의 SDN 기능을 강화해 네트워크 시장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는 현 시점을 기회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IBM의 경우에는 SDN 프로젝트인 '오픈데이라이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IBM은 기존 네트워크 인프라와 SDN 아키텍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도브(DOVE: Distributed Overlay Virtual Ethernet)' 기술을 오픈데이라이트에 제공하며 도브의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스위치 전문기업인 익스트림네트웍스도 '오픈패브릭' 전략을 통해 익스트림의 운영체제인 XOS를 기반으로 오픈플로우를 활용한 SDN을 지원하고 있다. 알카텔-루슨트는 개방형 소프트웨어 기반 솔루션인 '누아지 가상 서비스 플랫폼(VSP)'을 통해 SDN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주니퍼네트웍스는 SDN 6대 원칙을 통해 단계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주니퍼네트웍스의 SDN 6대 원칙은 명확한 분리와 중앙화, 클라우드 사용, 플랫폼 제공, 프로토콜 표준화, SDN의 광범위한 적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SK텔레콤과 KT 등의 통신사와 네이버 등의 포털기업들이 SDN 도입을 검토하고 자체 컨트롤러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올해 네트워크 시장에서는 벤더 간 SDN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스코 "SDN 만으로는 안돼"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의 SDN 주장에도 불구하고 시스코는 '비욘드 SDN'을 외치며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인프라스트럭처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ACI의 근본 사상은 네트워크 가상화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만 접근하면 한계가 있다는 것으로 네트워크 장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ACI는 네트워크 뿐 아니라 서버와 스토리지, 보안, 가상화 등 데이터센터 전반에 걸쳐 민첩성을 추구한다. SDN의 목표인 민첩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가상화만으로는 부족하고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네트워킹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애플리케이션들을 잘 소화할 수 있는 하드웨어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게 시스코의 주장이다.
시스코코리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을 강조하는 벤더들도 기업의 IT인프라를 구성할 때는 하드웨어를 함께 구성할 수밖에 없다"면서 "ACI는 복잡한 데이터센터 환경을 단순화하기 위한 아키텍처로서 네트워크가 애플리케이션을 인지해 IT운영자가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 MS·VM웨어·인텔, 네트워크 시장 영향력 주목
MS와 VM웨어, 인텔의 네트워크 시장에서의 활약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들은 그동안 가상화 시장에 주목했던 기업들로 SDN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자 네트워크 가상화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MS의 경우에는 윈도서버 2012 R2와 시스템 센터 2012 R2 등의 제품을 출시하며 SDN 시장을 겨냥했다. MS는 윈도 서버 2012에서부터 지원해 온 가상스위치(vSwitch) 기반의 네트워크 가상화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윈도 서버 2012 R2만으로 소프트웨어 기반의 가상 네트워크를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VM웨어 또한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C)' 비전 구현을 위한 핵심 요소로 네트워크 가상화 전략을 꺼내들었다. VM웨어는 네트워크 가상화를 위한 플랫폼으로 'NSX'를 새롭게 발표하면서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네트워크 환경을 탈피해 모든 네트워킹을 하드웨어와 분리해 소프트웨어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물리적인 네트워크 장벽을 허무는 새로운 네트워크 운영 모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인텔은 네트워크 장비의 x86 프로세서 탑재를 확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오픈 네트워크 플랫폼(ONP)'과 인텔 통신 칩셋과 제온 프로세서가 결합된 '하이랜드 포레스트(Highland Forest)'가 대표적이다.
특히 자회사인 윈드리버의 경우 '오픈네트워크소프트웨어(ONS)'와 오픈소스 기반의 실시간 멀티코어 지원 커널 가상화 제품인 '오픈 버추얼라이제이션(OV)'으로 SDN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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