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침묵이 길어질 것인가.'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정국 혼란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국정 최고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 불법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전 정권의 일로 대선 과정에서 도움 받은 게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일관된 입장을 취해 왔다.
지난달 16일 정국 해법을 풀기 위한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동에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사과 요구에 "전 정부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다음 대통령이 일일이 사과한 일도 없는 것으로 안다. (국정원으로부터) 도움 받은 게 없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이후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입'은 굳게 닫혔다. 지난 22일 3주 만에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은 배제한 채 민생과 경제만 챙겼다.
'검찰 수사에 법무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폭로가 나오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언급이 있지 않겠느냐는 정가의 예상을 깬 것이다.
여기에는 검찰과 법원이 시시비비를 가리는 작업을 진행 중인 시점에 대통령이 나서 입장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3자 회동에서 "댓글 의혹 사건이 재판 결과 사실로 밝혀지면 그 점에 대해서는 법에 따른 문책이 있을 것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족하지 않느냐"고 밝힌 바 있다.
야당이 연일 사과를 요구하며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는 점도 섣부른 언급을 자제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사과를 할 경우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고,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는 수준의 원론적 입장을 밝히는 것만으로는 야당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자칫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비판까지 불러올 수 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출범한지 10개월이 다 돼 가도록 대선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박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여당 내부에서 조차 이번 사태를 방치할 경우 '조기 레임덕'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흘러나오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박 대통령은 다음달 2~9일 프랑스·영국·벨기에 등 서유럽 3개국 순방 일정이 잡혀 있어 청와대를 비운다. 해외순방 전 입장을 표명할만한 자리는 오는 28일 수석비서관회의가 유일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민생과 경제'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다음주께 감사원장, 검찰총장 등 공석 중인 고위직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과 맞물려 '인사'로 국면전환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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