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10여년전 누드교과서는 딱딱한 참고서의 틀을 깬 참신한 디자인과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수험생 사이에서 열광적인 인기를 모았다. 이 참고서를 서울대생들이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누드교과서의 주역들은 지난 2003년 온라인교육 사이트 '이투스'를 만들어 초기 온라인 교육 시장을 닦았다. 강산이 한번 변한 지금 이투스의 멤버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투스의 창업자 중 한명이었던 스픽케어 이비호 부사장(34)을 만나 이투스 이후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그의 부인인 심여린 스픽케어 사장(33)도 함께 했다.
◆10여년 IT벤처 역사와 함께해
스픽케어는 영어 교육 벤처다. 이비호 부사장은 서울대 컴퓨터 공학과 시절 학내 창업 동아리인 'SNUSV'에 발을 들인 이후 10여년 벤처업계에 몸을 담고 있다. 이 동아리에서 심여린 사장을 만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창업 열기가 불었어요. 세미나도 많이 하고 경진대회에도 꾸준히 참여했죠. 사업계획서 쓰고 선배하테 지적도 받고, 작게라도 사업도 시작해보고 하는 식이었어요."
이비호 부사장은 동아리 멤버들, 학교 친구들과 함께 누드 교과서를 만들어 대박이 났다. 이는 온라인 교육 사이트 '이투스'를 만드는 발판이 됐다.
그는 "지식이 재밌고 쉽게 전달될 순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만들었다"며 "예상외로 반응이 컸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의 10여년 삶은 IT벤처 연대기 안에 있다.
"누드교과서의 성공 이후 온라인 교육 사이트 '이투스'를 만들게 됐어요. 당시엔 서버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느냐가 큰 문제였어요. 인프라가 갖춰진 지금과 같은 경우엔 그때 서버 비용의 10분의 1정도만 들거예요."
심여린 사장도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때 야후, 알타비스타 같은 사이트가 등장했어요. 이커머스쪽은 싹트지 않았던 시기죠. 저는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었는데 온라인 마케팅 분야에 승산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학회에도 많이 참여했고 벤처 동아리에도 들어갔죠.
◆NHN에 다니던 아내, 창업에 끌어들이다
2006년 이투스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 됐다. 이비호 부사장은 SK커뮤니케이션즈의 이러닝혁신 그룹장을 맡았지만 체질에 맞지 않았다고 한다.
"대기업에 있으니 몸도 편하고 맡은 일에 충실하면 됐는데 벤처 때 생각이 계속 나더라고요. 다시 한번 시작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비호 부사장은 영어교육의 흐름이 토익에서 회화 위주의 실용영어로 넘어가고 있다고 느꼈다. 영어 교육이 입시 콘텐츠보다는 경쟁이 강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스픽케어를 창업하기로 한 결심을 굳혔다.
이 부사장은 CJ오쇼핑과 NHN에서 영업과 마케팅 능력을 인정받은 아내를 스픽케어에 영입하기로 마음 먹는다. 현재 이비호 부사장은 개발쪽을, 심여린 사장은 영업과 마케팅을 맡고 있다.
심 사장은 TV 홈쇼핑이 주력이던 시절 CJ오쇼핑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발굴하고 기획·판매하는 MD였다. NHN에선 베너광고의 세일즈를 담당했다. 온라인 비지니스를 경험 한 것. 심여린 사장은 스픽케어에 합류하기전 주변의 만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NHN을 그만둘때 왜 그만두냐며 주변의 만류가 있었어요. 그런데 미국에 견학을 가서 느낀바가 많았어요. 한국인들이 미국의 유명한 학원에서 수강을 하는데 얻어가는 게 없어 보였어요. 영어를 하는 시간이 많아보이지도 않고 쉬는시간엔 한국인끼리 만나서 네트워크만 형성하고 있었어요. 여기서 문제의식을 느꼈죠."
2010년부터 본격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스픽케어는 전화영어 인 '스픽케어'와 스피킹 프로그램 '스피킹맥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스피킹맥스는 뉴욕·로스엔젤레스·샌프란시스코, 런던 등 미국 및 영국에서 현지인이 말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활용한 프로그램이다. 이용자는 영상을 보며 이들이 하는 발음이나 표현을 따라 할 수 있다.
스픽케어는 현재 삼성전자, 하나은행, 행정안전부 등 국내 대기업 및 공기관에도 직원 교육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픽케어측은 올 연매출을 60억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스픽케어는 '넥스트' 스픽케어를 준비하고 있다. 사교육 시장이 움트고 있는 중국 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이동하면서도 학습을 할 수 있게 태블릿PC와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도 출시했다.
심여린 사장은 "스픽케어 론칭때만 해도 스마트 단말기가 보급된 시기가 아니었다다"며 "IT벤처는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에 적응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 외에 이투스의 다른 창업 멤버들도 이러닝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조세원 사장은 교육 앱을 개발하는 워터베어소프트를 , 김문수 사장은 영어학습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투스를 이끌고 있다.
◆"대학생 창업, 환영할만한 일"
최근 모바일 환경이 구축되며 대학생들도 속속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운영하겠다는 학생들도 등장하고 있다. 심여린 사장과 이비호 부사장은 이 같은 분위기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심여린 사장은 갖춰진 인프라를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인터넷 초기만 해도 서버 확충이 중요했지만 모바일 환경으로 전환되면 이런 문제들이 줄어들게 됐어요. 광고같은 경우에도 온라인 광고를 활용할 수 있죠. 예전엔 전단지를 돌려야했으니까요. 콘텐츠만 좋으면 입소문으로 확장되는 속도도 빠르죠. 그만큼 퀄리티가 보장되지 않으면 금방 도태 될 수 있어요."
이비호 부사장은 대학생들이 교육 시장에 뛰어드는 걸 바람직하다면서도 본인만의 철학과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생들은 수험생활이 끝난지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효율적인 교육 방식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요. 교육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에요. 그러나 조교 20명을 거느리고 연매출이 200억이 넘는 강사들을 보유한 업체와 싸움이에요. 그렇다면 이들이 잡지 못하는 부분을 물색해야죠. 예를 들어 오프라인에서 멘토링 같은 프로그램이죠. 본인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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