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보안' 블랙베리 e메일의 수난시대

개인 정보를 철저하게 보호해주는 블랙베리의 각종 서비스가 오히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수난을 당하고 있다.

아랍에미레이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로 중동 국가에서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블랙베리의 일부 기능을 제한하고 있는 것.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UAE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오는 10월 11일부터 블랙베리의 e메일, 인스턴트 메시지, 웹 브라우징 등의 서비스를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 등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관계자는 이달말부터 블랙베리의 메시징 서비스를 차단하도록 통신회사들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여러 나라가 블랙베리의 서비스에 제동을 거는 것은 블랙베리의 경우 정부 당국이 범죄 수사 등을 위한 목적으로 e메일이나 메신저 등을 겸열하는 게 어렵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를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블랙베리에 사용한 메시지는 곧바로 캐나다에 있는 RIM의 네트워크 운영 센터로 보내져 암호화된 뒤 최종 목적지로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아랍에미레이트 정부 기관 등이 e메일이나 메신저 등을 검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UAE 정부는 테러 등 범죄로 의심되는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락시 서버를 UAE에 설치하도록 RIM 측에 요구했으나 RIM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UAE의 요구에 RIM이 불응하자 정부가 서비스 금지라는 강경 조치로 나온 것이다.

올초 발생한 중국 정부와 구글의 검열 시비와 비슷한 것이다.

UAE 정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이용자들이 블랙베리 서비스를 통해 사회와 국가 안보가 우려되는 탈법을 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정부 조치에 대해 블랙베리를 공급하는 UAE의 두 통신회사는 조만간 관련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RIM 측은 공식적인 논평을 하지는 않았다.

UAE에서 현재 블랙베리를 쓰는 사람은 약 50만명 정도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조치의 배경은 거의 1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RIM은 블랙베리를 공급하는 UAE 통신회사 에티살랫(Etisalat)이 배포한 업그레이드 애플리케이션이 사실 '스파이웨어'라고 사용자에게 알린 바 있다. 당연히 통신사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발이 일어났고, 에티살랫은 결국 그 소프트웨어를 지우는 방법을 제공해야 했다.

/캘리포니아(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