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KSLV-I)'의 잇따른 연기에 따른 손실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계산은 어렵지만 경제적 손실보다도 심리적·대외적 손실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번 발사중지를 포함, 7~8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등 모든 변수를 감안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기술적 문제 분석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은 물론 대외 신뢰도 하락, 연구진들과 시민들의 허탈감은 비용으로 따지기 어려운 부분이다.
아울러 나로호 사업 이후 본격 추진돼야 할 우주개발 사업이 차질을 빚는 것도 문제다. 항우연의 남는 인력이 중심이 돼 선행연구 중인 30톤, 75톤급 액체엔진 개발은 나로호의 잇따른 연기 탓에 진도를 못 나가고 있는 상태.
다만 19일 나로호 발사 중지로 곧 배출작업에 들어간 연료(케로신)와 액체산소는 큰 손실이 없다는 게 항우연 측 설명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정주 발사체계사업단장은 "배출되는 연료는 다시 저장창고로 들어갔다가 재활용한다"며 "산화제가 일부 기화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 손실이 없다"고 말했다.
◆섣부른 발사일정, 논란키워
이를 두고 정부가 애초부터 발사 일정을 무리하게 잡아 잇따른 연기를 낳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항공우주 전문가는 "나로호는 비판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일정을 촉박하게 미뤄 논란을 더 키웠다"며 "발사 성공이 중요한 만큼 발사 일정을 여유있게 잡고 신중한 점검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로호는 당초 7월 30일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7월 15일 러시아가 1단 연소시험의 기술적 문제로 시간이 필요하다는 서한을 전달하면서 8월 11일로 연기됐다.
그러나 발사체 1단 연소시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됐다는 발표를 한지 이틀만인 4일 1단 엔진 연소시험에서 특이값이 발견됐다는 러시아의 팩스 한 통에 또다시 연기됐고, 결국 19일 발사를 하게 됐다.
19일 7분 56초를 남겨둔 채 자동시퀀스 상 고압탱크의 압력 측정 관련 소프트웨어 오류로 발사 정지를 하게 됐지만, 교과부와 항우연은 또다시 이를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며, 발사 일정을 서둘러 잡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은 20일 나로우주센터에서 "자동시퀀스 상 고압탱크의 압력측정 소프트웨어 오류는 경미한 문제로, 가능한 26일 내 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교과부의 한 고위공무원은 "다음번 한국형발사체(KSLV-Ⅱ) 발사 시에는 시험발사를 적어도 세 번 이상 한 다음에 발사를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러시아와의 기술협력에 따른 한계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교과부는 21일 오후 3시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나로호 발사 후속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발사 일정을 여유있게 발표할지 주목된다.
임혜정기자 hea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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