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전주 덕진 출마를 공식화하자 민주당이 크게 동요하며 사실상 내전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 전 장관이 출마를 공식화한 13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 이어 지도부 간담회를 열어 사실상 정 전 장관에 대해 공천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당 지도부는 전주 덕진 지역 여론보다는 수도권 지역에 긍정적인 여론을 불러 일으키는 사람을 공천하기로 방향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지도부는 전날 정 전 장관과 사전 협의가 없어 불출마를 예상했는데, 출마를 강행해 당혹해했다"며 "모두들 '대선후보까지 지낸 분이라 당이 요청하는 모양새로 정치 전면에 복귀할 줄 알았다"고 전했다.
정 전 장관의 출마 공식화 이후 당 주류가 반발하자 친 정동영 계도 신속히 결집하고 있다. 정 전 장관 측은 현재 과거 행동을 같이 하던 인사들과 긴밀히 연락을 취하며 현 상황에 대한 공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장관의 측근인 강창일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 전 장관에게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인배"라면서 "그렇게 나오면 당이 깨진다. 절대로 그런 결정을 해서는 안된다"고 반발했다.
정 전 장관의 한 핵심 측근은 "개혁공천이나 수도권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인사는 어떤 기준으로 택하는 것인가"라며 "당원이 당의 공직 선거에 나서는 것을 못하게 하려면 당선 가능성이 없거나, 국회의원 자격이 없거나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 이러니까 당이 사당화 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의 공식 팬클럽인 '정동영과통하는사람들'(정통)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정 전 장관을 적극 옹호함과 동시에 정 전 장관의 출마를 반대하는 지도부를 맹비난했다.
정통은 "정부여당의 독주와 역주행을 조금도 견제하지 못하고 국민의 관심에서 이미 한참 멀어져 지지율도 반 토막이 나 있는 현 민주당 지도부와 측근들이 정 전 장관의 출마를 반대할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고 힐난했다.
한편, 정 전 장관의 출마 공식화에 이어 당이 빠르게 내분에 빠져들자 당 일각에서는 정 전 장관의 출마 기자 간담회는 현재 당이 정세균 대표의 1인 지배체제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압박이었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세균 대표가 취임한 후 당직자 임명 등을 통해 빠르게 당이 정세균 1인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며 "조만간 당직자 인사가 있을 예정인데, 정 전 장관의 입장에서는 빨리 정 대표를 견제하지 않으면 향후 움직일 만한 공간도 없을 것이라는 절박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