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일본 대표 메신저 '라인(LINE)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라인야후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사내 이사에서 물러났다. 네이버의 라인야후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려는 일본측의 노골적인 공세가 현실화된 것이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의 기술적인 협력 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할 것"이라며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라인야후는 8일 이사회를 열고 신중호 CPO의 사내이사 퇴임 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라인야후 이사회의 유일한 한국인 이사인 신 CPO는 '라인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핵심 인물이다.
라인야후는 기존에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3명이던 이사회를 사내이사 2명에 사외이사 4명 체제로 개편했다.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사장(CEO)은 이날 열린 2023년도 실적발표에서 "보안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강화하기 위해 사내이사를 줄이고 사외이사를 늘려 독립적인 경영 체제를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신 CPO의 이사회 퇴진과 관련해 "경질로 여기진 말아 달라"며 "보안 강화 측면에서 사외이사를 늘리는 방안은 대주주들과 이전부터 얘기해오던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사내이사 4명 모두 일본인으로 채워지면서 라인야후 이사회에 한국인은 1명도 남지 않게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의 압박이 현실화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한다.
또한 이데자와 다케시 사장(CEO)은 "대주주인 네이버에 자본 변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면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협의 중이라고 알고 있으나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겠다"고 했다.
라인야후는 과거 네이버의 자회사였던 라인(메신저)과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검색)을 운영하는 회사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2019년 11월 경영 통합을 선언한 후 출범했다. 네이버·소프트뱅크→A홀딩스→라인야후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라인야후의 실질적 모회사인 A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각각 절반(50%)씩 가지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A홀딩스의 지분을 1주라도 더 가지면 네이버는 라인야후에 대한 경영 주도권을 잃게 되는 구조다. 네이버가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인지도가 높은 라인을 발판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해 왔다는 점에서 지분 매각이나 지배력 축소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라인야후는 또한 네이버와의 위탁 관계를 순차 종료한다고 알렸다. 이는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를 따른 조치로 여겨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측은 "앞서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있었을 때 보안 체계를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이야기가 나왔던 내용으로, 이날 실적발표에서 (라인야후 측이) 한 번 더 언급한 수준의 내용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라인야후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하자 일본 총무성은 올해 3월 5일과 4월 16일 두 차례에 걸쳐 행정지도를 내렸다.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시스템 개발과 운용, 보수 등을 위탁하고 과도하게 의존하며 개인정보 관리를 허술하게 했던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라인야후에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그의 일환으로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해 기술적인 협력 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한다는 방향성을 내놨다.
/정유림 기자(2yclev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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