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얼마 전 지인이 전화를 걸어와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지금 거주하고 있는 전셋집 계약기간이 1년 정도 남아 있는데, 지방으로 갑자기 근무지를 옮겨야 할 일이 생겨 부득이하게 전세계약 기간을 온전히 채우지 못할 것 같다는 얘기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각각 어디까지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하는지가 궁금하다는 것이었죠.
A씨는 "원래 2년마다 근무지를 이동하는 직종인데, 갑자기 1년 만에 지방으로 이동을 명 받았다"며 "전세계약이 1년이나 남아 있다. 당장 한 달 내 집을 빼야 하는데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나갈 수 있는지 막막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한 '전세제도'는 내 집 마련 전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또는 당장 한곳에 정착지를 두기 어렵거나 월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났을 때 등의 다양한 이유로 누구나 한 번쯤은 거쳐 가는 주거유형 중 하나입니다.
2년 기준으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A씨의 사례와 같이 부득이한 사유로 계약기간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는데요, 이 같은 경우엔 임대인과 임차인 중 누구에게 책임소재가 있는지 부동산 업계 전문 변호사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2년짜리 첫 전세계약인지', '갱신계약인지' 여부에 따라 누가 후속 임차인을 구하고, 누가 중개수수료(복비)를 부담해야 하는지 등 책임소재가 크게 달라진다고 합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전세 계약기간을 2년으로 정했다면, 원칙적으로 계약기간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임차인이 전세계약을 자유롭게 파기할 수 없고, 임대인이 동의하면 합의 해지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도 "첫 전세 계약기간에는 임차인도 구속이 된다. 중도해지권에 대해 특약이 없다면, 임차인은 중도해지권을 주장할 수 없다"며 "이에 집주인이 임차인의 중도 해지 주장만으로 보증금을 반환해야 할 의무도 없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첫 전세계약을 부득이하게 유지할 수 없다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야만 합의 해지가 가능합니다. 임대인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전세기간을 유지해야 하고요. 이에 따라 합의 해지가 되더라도 임차인이 져야 할 책임이 더 커집니다.
김 변호사는 "보통 임대인은 후속 임차인이 구해지는 것을 조건으로 전세계약 해지에 동의한다"며 "임차인은 전세계약을 중도에 합의 해지하려면 임차인을 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중개수수료의 경우 특약에 따라 정하면 되는데, 보통 임차인의 요구로 중도 해지하면 임차인이 중개수수료를 부담한다"며 "다만, 이런 특약이 없다면 반드시 임차인이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네요.
엄 변호사는 "세입자가 후속 임차인을 구하고, 임대인이 이에 동의한다면 전세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며 "이때 중개수수료는 합의에 따라 정하는 것인데, 관행상 중도 해지에 대한 위약금 정도로 임차인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만약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이 갱신됐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임대차법에 따라 기존 2년이었던 임대차 기간을 '2+2'로 2년 더 연장, 이 기간 내에는 임차인은 계약 해지를 원하는 날로부터 3개월 전에만 집주인에게 통보하면 임대인은 보증금을 무조건 돌려줘야 합니다.
김예림 변호사는 "현재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계약갱신이 된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차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며 "이때 해지 통보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임대차계약이 해지되고, 이때 임대인은 임대차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엄정숙 변호사는 "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계약이라면 해지 통보 후 3개월이 지나면 계약이 해지된다. 또한, 갱신청구권 사용 이후 묵시적 갱신일 경우에도 해지통보 후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며 "다만, 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특약이 없는 재계약이라면 3개월 이후 해지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임대차법에 따라 2년 더 계약을 연장한 것이라면 새 임차인 구하는 것은 집주인(임대인) 의무가 됩니다. 중개수수료 부담도 특약에 따라 특별히 규정된 것이 없으면 집주인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네요.
또한, 동일 세입자와 갱신계약 또는 묵시적 계약이 아니라 새로운 조건의 전세 재계약을 했다면 중도 계약 파기에 대한 특약 여부나 새 계약으로 확실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따라 책임소재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엄 변호사는 "중도 해지에 대한 특약이 없으면 중도 계약 파기 시 임차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계약서 작성을 새로 한 사실만으로 계약갱신이 아닌 새로운 계약으로 볼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정을 따져 판단해야 한다"며 "만약 새로운 계약으로 인정될 수 있다면 임차인이 계약기간을 준수해야겠지만, 계약갱신으로 인정되면 임차인의 중도 해지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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