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역사를 배우는 이유 중 하나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 아닙니까? 과거에 남들 미분양 시기에 집 사서 돈방석에 오른 걸 보고 후회하고 또다시 후회만 하실 건가요? 분양 상담만 받아보시면 하지 말라고 뜯어말려도 분양받으실 겁니다." -한○○ 팀장
"프랑스에서 수입한 마감재, 샹들리에, 폴리싱타일, 웨인스코팅, 초호화 유럽풍 인테리어를 적용해 지었어요. 단 80가구 프리미엄 한정판입니다. 초기 분양가 7~8억에서 5억 초·중반대로 파격 할인했어요, 인근 아파트가 6억 이상인데 투자가치도 엄청난 거죠." -장○○ 본부장
올해 3월부터 전국 미분양 주택이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입니다. 업계는 이같이 악성 미분양이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곳들은 '애초에 사업성이 없는 곳'이라고 진단합니다.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6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은 6만6천388호로 전월(6만8천865호) 대비 3.6%(2천477호) 감소했지만, 악성 미분양은 9천399호로 전월(8천892호) 대비 5.7%(507호) 증가했네요.
악성 미분양은 올해 2월 8천554호, 3월 8천650호, 4월 8천716호, 5월 8천892호로 꾸준히 늘어나다 6월엔 9천호로 집계, '1만호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6월 기준 수도권의 악성 미분양은 1천992호, 지방은 7천407호로 지방이 전체의 78.8%를 차지했습니다. 지방권 악성 미분양 우려가 커진 상황입니다.
지방에서 악성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는 데는 애초에 사업성이 없는 입지에 대거 공급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분양하고 공사 기간 3년 동안 미분양이란 얘기는 애초에 사업성이 없는 곳"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악성 미분양 물량이 쌓일수록 해소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후의 보루인 '할인 분양'을 한다고 해도 수분양자의 거센 반대를 무릅써야 하고, 할인 분양을 기존 분양자에게도 소급 적용해야 한다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 창출은 물론 공사비 보전도 고려해야 하는데 이 역시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수도권 부동산 시장 상승 전환 기대감이 확산하자 미분양 지역에서는 대대적인 '조직분양'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입니다. 조직분양은 미분양 난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입되는 방식으로, 많게는 수백 명의 영업사원들이 투입돼 온·오프라인, 전화 마케팅 및 길거리 홍보활동을 하면서 소비자를 유인, 모객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일반 견본주택(모델하우스)에서 분양상담사들이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청약 상담과 상품을 소개하는 '데스크분양'과 달리 조직분양은 계약 건수에 따라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게 되므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고 하네요.
실제 부모님이 거주하시는 지역 분양 상담을 신청한 40대 A씨는 이 같은 조직분양에 노출되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A씨는 "부모님이 거주하는 부산 일원 한 아파트 상담을 대신 신청해 받은 적이 있다"며 "알고 보니 준공 후 2년 넘게 미분양 난 물량이었는데, 이후 '한석봉 팀장', '신사임당 차장', '장모 본부장', '김모 부장' 등으로부터 여의도, 용인, 대구, 제주도 등 전국 각지 미분양 난 물건을 소개하는 문자와 전화를 지속해서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부분 내용이 '초기 분양가에서 수억을 낮춰 지금이 투자 적기다', '지금 안 사면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남들 돈 버는 것만 보면서 배 아파할 거냐', '최상위급으로 조성돼 고품질 상품성을 갖춘 희소한 물량이다' 등이 주를 이룬다"며 "최근 연락 주기가 더 짧아졌다. 관심이 생기다가도 반감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
조직분양은 이처럼 모객을 위해 적극적인 영업이 동원되는데요, 일반적으로 미분양 난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또는 부동산 시장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을 때 자주 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A씨의 사례와 같이 한 곳에 문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미분양 사업장에서 연락이 오는 것은 조직분양에 전문업체가 끼어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10여 년 넘게 분양업계에 몸담은 관계자 B씨는 "조직분양은 보통 전화나 문자를 돌리거나, 길거리 영업을 통해 손님을 끌어오는 것을 말한다"며 "보통 데스크분양이 실패하면 조직분양으로 가는 루트이긴 하지만 상품에 따라 바로 조직(분양)으로 가는 예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오피스텔이나 생활형 숙박시설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이 그 대상이 되며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거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했을 때 견본주택 문을 열어도 찾아오는 수요자들이 없는 경우 조직분양으로 바로 돌입한다고 합니다.
또한, B씨는 "데스크분양, 조직분양 모두 분양대행사가 직접 진행하기도 하지만 보통 또 다른 '조직분양 전문업체'를 섭외하기도 해 한 번 문의가 들어온 고객들의 연락처가 공유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한편, 미분양 상황이 악화할수록 파격적인 할인 분양 혜택 등을 내놓는 곳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미 지방에선 미분양 해소를 위해 계약금만큼 축하금을 준다거나, 중도금 무이자 혜택 등 소비자 유인책을 쓰고 있다"며 "분양이 어려워진다면 건설사(시행사)들도 큰 폭의 할인 분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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