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철근 누락', '누수·침수' 등 부실공사 논란이 계속되면서 부실공사 아파트 입주를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후분양제'가 부각되고 있다. 후분양제는 공정이 일정 수준 완료된 후 분양을 진행하기 때문에 부실시공 여부를 확인한 후 안심하고 입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건설현장 부실공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후분양제 도입'이 해결책 중 하나로 제시되기 일쑤다. 지난해 광주 서구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에도 부실공사 방지를 위해 후분양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확대되진 않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지난해부터 건축공정률 90% 달성 시점에 입주자 모집공고를 시행하는 후분양제를 확대하고 있다. 부실공사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LH 아파트는 무너지는데 SH의 아파트는 무너진 적이 없다"며 "SH는 지어놓고 파는 후분양 방식을 택하고 감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데 LH는 각종 뇌물로 엮인 전관예우 탓에 허술한 감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LH 전체를 폄하하거나 혹평하는 것으로 비춰져 적절성 논란이 불거질만한 사안이지만, SH공사 아파트가 후분양 방식이어서 튼튼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해볼 수 있다.
후분양제는 건설 사업자가 주택을 짓기 전에 분양하는 선분양제와는 달리 건설 공사가 전체 공정의 60~80% 이상 진행된 후부터 분양 절차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선분양'의 경우, 수요자들이 주택 조감도나 견본주택 등만 보고 아파트 매입을 결정한다. 보통 분양받은 뒤 2~3년 후 완공될 주택을 선택하게 된다.
선분양이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워낙 고가의 자산인 탓에 자금조달 규모가 커기 때문에 선분양을 받으면 계약금부터 중도금, 잔금까지 나눠 지불하는 등 자금 조달 기간이 넉넉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달리 '후분양'은 구매할 주택의 건설 현황을 직접 확인한 상태에서 분양받을 수 있고 계약 후 단기간 내에 입주할 수 있다. 이 밖에 건설업체의 부도 위험이나 폭리, 투기세력의 개입 등을 방지하고 비교적 정확한 공사비용을 산출할 수 있어 적정한 분양가 산정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수요자들의 자금 확보 기간이 짧고 시행사 및 시공사의 공사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다는 것은 단점이다.
전문가들은 후분양이 아파트 부실공사 문제 해소 방안이 될 순 없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후분양을 시행한다고 부실이 없는 건 아니다"라며 "아파트 부실에는 구조적인 부실과 인테리어에서 생기는 부실이 있는데 인테리어 공사에서 생기는 부분은 후분양제로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지만 더 큰 문제인 구조 부실은 후분양제 여부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근 누락 여부를 선분양이든 후분양이든 전문 지식이나 장비가 없는 일반 수요자들이 알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후분양이 부실 가능성을 좀 줄여줄 순 있겠지만 대안이 되진 못한다. 건설산업 생태계가 망가져 생긴 문제를 선분양과 후분양의 문제로 치환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수요자들이 직접 확인한다 해도 철근 누락 여부를 가려낼 수 없을뿐더러 근본적인 문제는 불법하도급이나 무자격자에 의한 부실설계 등 건설산업 생산체계에 있다는 진단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5년 국정감사자료를 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아파트들에서 발생한 하자 상당 부분이 마감공사에서 발생했다"며 "후분양제는 전체 100% 공사 과정 중에서 60~70% 진행하고 분양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지금 말하는 한국의 후분양제는 100% 완공 후 분양이 아니고 마감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하는 건데 조경에 문제가 생길지, 페인트칠을 잘못할지 사전에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문제는 골조를 짓는 과정에서 철근 누락이 생긴 건데 그 부분은 일반인이 봐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라며 "100% 완공 후 분양한다고 해도 실제 아파트 입주 시 눈으로 봐서 알 수 있는 하자보다 살면서 발생하는 하자도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결론적으로 비가 많이 와서 지하 주차장에서 물이 새는 상황 등은 후분양제를 한다고 해도 막을 수 없다"며 "후분양으로 부실공사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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