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아파트 부실시공을 막겠다며 '건설 과정 동영상 기록 관리'를 주문한 후 건설업계에선 시간과 비용 등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오 시장의 야심찬 아이디어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처지임에도, '구체적 가이드라인'과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오 시장은 지난 19일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이 공동 시공 중인 동대문구 이문3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 공사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민간 건설사들도 동영상 기록관리에 100% 동참해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바 있다. 서울시는 이날 곧바로 도급 순위 상위 30개 건설사에 동영상 기록 관리 확대에 적극 동참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이 가장 먼저 동참 의사를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관찰카메라(CCTV)와 더불어 드론, 이동식 CCTV, 보디캠 등을 활용해 동영상 촬영을 전 공정으로 확대, 건설 현장의 안전과 품질을 더욱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GS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줄줄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앞으로 민간건설사가 시공하는 현장, 특히 아파트 건설현장은 지상 5개 층 상부 슬래브만 촬영하던 것을 지하층을 포함해 층마다 빠짐없이 공사 전 과정에 대해 촬영하게 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지난 1년간 영상 기록관리와 관련해 노하우와 매뉴얼을 민간건설사와 공유하기 위해 건설사 임원, 현장소장, 실무자 등을 대상으로 25~26일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건설업계는 떨어진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면서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형 건설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동영상 등 시공과정을 기록했을 것"이라며 "다만 문제는 사진이나 텍스트 파일이 아닌 만큼, 구체적으로 보관이나 방법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인력 투입 등을 어디에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공사 중 영상을 검토하는 등의 과정에서 공사기간이 늘어날 수도 있어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서울시에서 보낸 공문을 보면 30개 업체에 공문에 회신하거나 보도자료 내는 걸로 갈음한다고 해 모든 업체들이 보도자료를 낸 것"이라며 "일부 건설사들은 현재로선 서울시 정책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고 한두 군데서 하니 줄줄이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큰 규모의 현장은 기본적인 기록을 어느 정도 남기고 있고 동영상은 인력투입, 비용증가 등으로 부담되는 부분이 있다. 향후 서울 외에도 전국 시공현장에서 의무화하는 게 자리잡게 될까봐 걱정되기도 한다"며 "서울 내 사업장은 4~5개 정도인데 전국 단위로 수십개에서 수백개 현장에 대해 기록을 남기게 되면 비용부담 수준이 크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공사기간이 지연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동영상 기록 관리는 5개 층에서 하고 있다"며 "매층마다 하게 되면 시간은 좀 더 들겠지만 큰 영향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비용 부담과 관련해선 "국토교통부 법령 개정 전까진 중소기업에 미칠 부담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100억원 이상의 사업 등에 대해서만 적용한다"며 "또,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용도로 3천만원 이상 공사는 안전관리 비용을 배당해주는 제도가 있다. (영상기록은) 안전과 관련된 부분이라 해당 제도가 적용 가능한지는 국토부와 협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영상기록 시스템 도입과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 도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든 촬영기록을 보존만 하더라도 사고발생 시 사고원인과 과실책임소재를 규명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다만 "어느 공정과 작업에, 무슨 장비와 수량을, 어떤 촬영기준과 기록시간을 적용할지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령 모든 현장작업자에게 바디캠을 착용시키는 것은 비용, 작업성 등의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하다"며 "대표로 1명만 착용해도 충분하다면 어떤 작업자에게 적용할지, 어떤 작업에서는 바디캠보다 고정형 기록장치가 더 효율적인가 등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 연구위원은 비용과 관련해선 "소요되는 비용 증가는 있을 것"이라며 "이는 건설공사의 안전과 건설생산품의 품질확보를 위해 발주자 등 소비자가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으로 인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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