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이름만 대면 알만한 강남 대장주 단지들 대부분 무량판이에요. 특히, 고층으로 짓거나 주상복합은 무량판 공법을 적용했다고 보면 됩니다. 한 집에 거주하는 가구원의 몸무게, 들어가는 가구와 가전 무게 얼마 되지 않아요. 무량판으로 지어도 벽식구조로 지어지는 복도, 계단, 승강기 구역을 일컫는 '코어벽체'에서 하중을 다 잡아줘요. 문제는 무량판 구조가 아니라 원칙대로 짓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것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입니다." -A건설사 관계자
"무량판 공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정받았고, 나름 장점이 분명합니다. 최근 붕괴가 발생한 지하 주차장은 근본적으로 주거동과 달리 위에 올라가는 하중이 달라요. 주거 공간이 아니라, 지하공간까지 무량판 공법을 확대 적용하면서 오시공, 설계·시공 누락, 과적재에 대한 계산 미비 등이 복합적으로 적용된 거죠. 대형사도 무량판 공법을 적용합니다. 정해진 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가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B건설사 관계자
지난 4월 붕괴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단지 15곳의 지하 주차장에서도 철근 누락이 발견되면서 건설업계로 불신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도 "우리 아파트 무량판인가요?", "무량판으로 지었다는데 무너지는 거 아닌지 잠을 못 자겠어요" 등 '무량판 구조'에 대한 아파트 입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분위깁니다.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철근 누락' 사례는 LH가 발주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다른 층 도면으로 철근(전단보강근)을 배근해 전체 82%의 철근이 빠진 사례가 있는가 하면, 설계 과정에서 구조계산이 누락되면서 심지어 전단보강근이 모조리 빠진 단지도 있다고 하네요.
'무량판 구조(보 없이 기둥이 슬래브를 지탱하는 구조)'에서 '전단보강근(콘크리트 균열 방지 목적으로 배근된 철근)'은 필수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업계와 학계가 내놓은 관련 논문·보고서에서는 무량판 공법을 도입하기 위해선 '전단 보강'이 필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수평 기둥인 보 없이 슬래브(천장 또는 바닥)에서 바로 기둥에 집중되는 전단력, 하중을 견디기 위해 이어지는 부분과 기둥에 철근을 넣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1년 발간된 '힐릭스(HELIX) 전단보장공법의 설계 및 시공' 보고서에서는 무량판 공법 도입 시 슬래브와 기둥이 만나는 기둥 주변은 구조적으로 뚫림전단(punching shear, 펀칭쉬어)에 취약해 전단 보강이 필수적이라고 서술했습니다. '펀칭쉬어'는 평판의 특정 부분 면적에 직접적으로 하중이 작용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지난 2012년 한국콘크리트학회 논문집에 게재된 '플랫 플레이트 구조에서 전단보강재의 정착성능에 따른 전단보강효과'에서도 무량판 구조는 사무실 및 공동주택, 주상복합 같은 건물에서 설비 및 공간계획의 유연성, 시공성의 확보, 경제성 향상의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무량판 슬래브는 두께가 얇아 '슬래브-기둥 접합부'에서 전단파괴의 발생이 우려가 있고, 연쇄 붕괴가 유발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서 보강이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무량판 공법' 적용이 확대되면서 무량판 전단 보강공법과 전단 보강재에 대한 연구개발, 특허 출원도 활발합니다. 갑작스러운 하중 등으로 파손될 수 있는 기둥을 보강하는 방법은 국내에서도 꾸준히 발전해 오고 있습니다.
특히, 특허권자들은 이 같은 특허 출원 배경에 대해 철근콘크리트 무량판 구조는 보가 없으므로 슬래브에 작용하는 모든 하중이 기둥으로 직접 전달, 집중돼 이 기둥과 연결 부위의 균열 또는 파손을 막기 위해 이를 보강하는 방법이 필수 불가결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렇다면 무량판 공법은 위험천만한 방식일까요. 지난 2008년 출판된 '불균형모멘트와 펀칭전단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무량판 접합부의 성능평가' 논문에 따르면 무량판 구조는 미국 주택시장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적용된 것으로, 뉴욕과 시카고의 타워형 아파트에도 일찍이 적용됐습니다. 지금 논란과 별개로 이미 업계에서는 공인된 방식입니다.
미국에서는 관련 연구도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무량판 공법을 꺼리는 분위기였으나, 주거 공간에 대한 니즈가 다양해지면서 무량판 구조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동부건설에서 시공한 대치동의 '동부 센트레빌'이 주거용 건물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최초 사례라고 합니다. 세대간벽과 코어벽체(계단실, 엘리베이터 홀)를 통해 건물의 횡 방향 안전성을 확보했습니다. 이후 지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내 주거용 초고층 복합건물에도 무량판 공법이 본격적으로 도입됐습니다. 무량판 공법이 갓 세상의 빛을 본 신기술이 아니라는 거죠.
그러나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LH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에만 무량판 구조를 적용했고 주거동엔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무량판 공법'과 이를 적용한 민간 아파트까지 확산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번 주부터 지하 주차장은 물론 주거동까지 범위를 확대한 '무량판 구조 민간 아파트'에 대한 본격적인 전수조사에 나섭니다.
업계는 무량판 구조에 대한 오해가 사회 전반에 잘못된 인식과 공포감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최근 발생한 붕괴 사고를 비롯해 단 한 곳도 철근이 심겨 있지 않은 단지 모두 '원리·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생긴 것이고, 첫 단추부터 원칙을 지켜 정상적으로 시공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무량판 구조는 오래전부터 인정받고 있는 건설공법 중 하나"라며 "당연히 들어가야 할 철근이 누락됐으니 하중을 버티지 못해 붕괴가 일어난 것이다. 무량판 공법에 대한 무차별 공포감이 조성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이어 "서울 강남권에서도 대형사가 지은 아파트 중 주거동에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단지가 많다. 제대로 지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철근 누락' 사태는 설계와 시공, 감리 등이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어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모든 아파트가 부실시공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문제 제기는 옳지 않다. 정확한 계산대로 철근을 넣고 원칙을 지켜 지었다면,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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