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올해 무조건 청약해서 내 집 마련하겠다는 지인들 정말 많아요. 시장 상황이 지난해보다 좋아지고, 청약 규제도 풀리니까 바로 분위기가 바뀌네요. 최근 로또라고 불린 '흑석자이' 무순위 청약일 아침부터 회사에서도 관련 이야기가 쏟아졌습니다. 아예 옆 부서 팀장님은 청약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 같이 빨리 신청하고 업무 들어가자는 말까지 하더라고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수심리가 꿈틀거리면서 청약시장도 함께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최근 인건비와 원자잿값 등 대·내외적 영향으로 공사비가 오르면서 분양가도 덩달아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사전청약에 관한 관심도 뜨겁네요.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8대 1로, 지난해 하반기 4대 1에 비해 크게 높아졌습니다. 특히, 거주지역과 보유주택 수 제한 등 규제가 풀리면서 청약 문턱이 크게 낮아진 이후, 무순위 청약에서는 기록적인 경쟁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최근 분양된 물량들을 살펴보면 기대 이상의 청약성적을 거둬들이며, 완판 축포를 터뜨리고 있습니다. 서울보다 비싸 고분양가 논란이 된 대우건설·GS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이 경기 의왕 내손동 일원에 공급한 '인덕원 퍼스비엘'은 지난달 19일 정당계약을 시작한 지 9일 만에 완판됐습니다.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최고 10억7천900만원으로 책정, 비싼 분양가로 이목을 끌었지만 빠르게 계약이 완료됐습니다. 단지는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303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3천356건의 청약통장이 접수되며 평균 11.07대 1, 최고 29.71대 1(84㎡ A타입)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대우건설이 공급에 나선 '서울대벤처타운역 푸르지오'는 최고경쟁률 93.5대 1, 평균 31.1대 1로 전 타입 1순위 마감에 성공했습니다. 특별공급을 제외한 99가구 모집에 3천80명이 몰려 평균 31.1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고, 최고경쟁률을 기록한 주택형은 74㎡B타입으로 2가구 모집에 187명이 청약해 93.5대 1을 기록했네요.
최소 5억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됐던 '흑석자이' 무순위 청약(줍줍) 열기는 더 뜨거웠습니다. 지난달 말 당첨자 발표가 난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 무순위 청약에는 단 2가구 모집에 무려 93만여 명이 몰려들었습니다. 역대급 무순위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것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 단지 계약 취소 주택 1가구(전용면적 84㎡)와 무순위 물량(전용 59㎡) 1가구의 주인을 찾는데 모두 93만4천728명이 줄을 서 역대 최고경쟁률을 보였습니다. 특히, 무순위 청약 물량인 59㎡에는 82만8천904명이 신청해 약 83만대 1이라는 이례적인 경쟁률이 나왔습니다. 계약취소 주택인 전용 84㎡에는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지 못함에도 10만 명이 넘게 청약에 나섰고요.
실제 '흑석자이' 청약 당일 수요자들의 관심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주변 지인들은 아침 인사나 안부를 대신해 "대망의 그날이다", "다들 청약할 준비가 됐냐"부터 시작해 "못 먹어도 고", "온 국민 대상 로또다", "경쟁률이 어떻든 내가 될 것 같다"까지 기대감으로 요동쳤습니다.
실제 지인 A씨는 직장 내에서도 흑석자이 청약에 관심을 보인 동료들이 많았다고 전해왔습니다. A씨는 "출근 전부터 회사 메신저 방에 흑석자이 청약 이야기로 정신이 없었다"며 "일부 동료들은 대기인원이 많아지자 초조해하기도 했는데, 분위기가 뜨거워지자 아예 옆 부서 팀장님은 신청할 사람들은 빨리하고 업무에 복귀하라고 시간을 주기도 했다"고 하네요.
청약통장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접수할 수 있었고, 가격과 입지 경쟁력까지 갖춘 흑석자이 무순위 청약을 비롯해 올 초부터 거주지 요건도 폐지되고 다주택자도 기존 주택에 대한 처분 의무가 사라지면서 청약시장에서 경쟁률이 치솟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전국에서 7만4천597가구 규모의 분양이 이뤄졌습니다.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상반기(6만8천776가구)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습니다. 고금리와 경기부진, 미분양·자금조달 리스크 등이 맞물린 영향입니다. 다만, 이달부터 하반기에는 미분양 물량이 감소, 규제 완화로 청약시장에 온기가 감돌면서 미뤄진 분양물량을 포함해 상반기 실적 대비 3배 이상 많은 23만4천937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반기 청약 수요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지면서 향후 공사비 상승에 따라 분양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 올 한 해 분양을 앞둔 단지에 청약통장이 대거 집중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입니다. 다만, 지역별 편차가 여전히 존재해 전국구로 청약 온기가 확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입니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하반기 밀어내기 분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우수한 입지와 가격경쟁력이 높은 단지로 수요 쏠림이 심화하고 있어, 청약 온기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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