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전세제도 개편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황입니다. 특히, 국토교통부 수장인 원희룡 장관이 나서 "전세제도는 수명을 다했다"고 밝히며, 임대차 3법을 비롯해 현 전세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아직 구체적인 검토단계에 돌입한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연일 논쟁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임대인의 갭투자 등으로 임차인들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전세사기 피해로 인해 비극적인 일들이 발생하면서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한 시스템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미입니다.
전세사기뿐만 아니라 역전세난, 깡통전세 등 전세제도로 인해 각종 피해가 끊이질 않으면서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자, 정부가 전세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당장 시급한 응급처방과 함께 올 하반기부터 사기나 주거약자들에 대한 피해를 막는 방향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겠다는 것인데, 이 와중에 일각에서는 전세제도 폐지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전세제도 폐지 가능성이 거론된 것은 처음 아닙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2015년 발간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2010년대부터 학자들은 여러논문을 통해 '전세제도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단, '주택금융의 발달'과 '주택가격의 안정화'라는 전제조건이 붙습니다. 저금리 상황에서 더 이상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오랜 기간 이어진다면 전세제도가 소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지금 상황과는 조금은 다른 이야깁니다.
또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제도의 기원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존재하진 않다고 하네요. 다만, '전당(典當)'으로부터 발전했다는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다면 무려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랜 기간 유지해온 전세제도의 폐지를 논하기에는 무리라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특히, 레버리지효과를 이용해 임대인(집주인)은 자기자본수익률을 높일 수 있고, 임차인(세입자)은 주택을 매입할 때 투입되는 비용보다 적은 돈으로 일정 기간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하다는 점과 전세금이 '내 집 마련'으로 가는 징검다리에서 마지막 디딤돌 역할을 하며 서민 주거 안정에 이바지했다는 측면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업계 전문가들은 전세제도 자체를 없애거나 정부가 나서 개입하는 것은 실효성이 부족하고, 현실적으로도 어려울 것이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역전세, 전세사기, 갭투자 등 전세 관련 사안들은 섣부른 접근보다는 시장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안 위주로 논의가 필요하"며 "이미 시장에서 수요에 맞춰 정상 작동하고 있는 제도(전세)를 인위적으로 통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또한, 전세 사기나 역전세를 근거로, 앞으로 전세는 없어져야 하는 특이한 제도이며 선진국처럼 월세가 일반화되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도 무리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전세금이 (전세자금대출이 아닌) 오롯이 본인의 돈이라면, 여전히 임차인에게는 월세보다 전세가 유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월세가 전세제도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이 연구위원은 직관적인 예시를 들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서울에서는 원룸 월세가 수십만 원을 웃도는 곳이 대부분인데, 더 규모가 큰 가족 단위가 거주할 수 있는 20~30평대의 주택은 월세 부담이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다"며 "만약 월세만 존재한다면 월수입 상당부분이 주거비로 소요된다는 이야기로 연결된다"고 했습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도 전세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예방하고 보완할 방안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소장은 "전세제도 폐지 여부를 거론하기보다 기존 문제점을 보완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전해왔습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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