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미분양 물량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분양주택 증가세가 11개월 만에 꺾였지만,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통계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2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천104호로 전월보다 4.4%(3천334호)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미분양 물량 수준은 여전히 20년 장기 평균(6만2천호를)을 크게 웃돌고 있네요.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8천650호로 전월보다 1.1%(96호) 증가했습니다. 이는 지난 2021년 6월(9천8호)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미분양이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상황이 이렇자 시장에서는 미분양 우려에 분양을 미루거나, 남은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추가 옵션제공과 할인분양이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소비자들은 미분양 물량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할인분양은 이미 분양받은 '수분양자'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하네요.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A라는 계약체결을 한 경우, 그 A 계약 내용에 따라 권리관계는 A로 확정된다. 이후 다른 B 계약 건의 사정변경에 따라 A 계약 내용이 다시 수정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이후 분양받은 자에게 할인 분양을 한 것이 선 분양받은 자의 계약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죠.
김예림 법무법인심목 대표변호사도 같은 의견입니다. 김 변호사는 "시행사가 이후 할인된 분양가로 분양하면 그 할인된 분양가를 적용해주겠다는 등의 약속을 하지 않은 이상 소급적용은 어렵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법원에서도 이 같은 사안이 다뤄진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분양자가 분양을 수월하게 하려고 분양가격을 정하는 것은 '분양자의 재량'이고 분양자와 수분양자 사이 분양가격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이후 분양자가 할인 분양을 했다고 해서 특별히 기존 수분양자에게 할인된 분양가를 적용할 필요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합니다.
김예림 변호사는 "판결이 없다고 하더라도 실제 분양계약이라는 것은 분양자와 수분양자가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분양가격에 관해 합의한 후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이후 할인 분양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수분양자가 할인 분양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가 넘는 할인율을 제시하는 곳들이 있는데요, 이미 초창기 가격으로 분양받은 소비자로선 속이 쓰린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분양 주체(시행사)가 분양 이후 할인 분양에 나서면 수분양자에게도 같은 혜택을 적용하겠다는 '약정서'를 써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즉, 분양받을 고객에게 나중에라도 분양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면 동일하게 적용해주겠다는 '각서'와 같은 것입니다.
이 약정서의 정식 명칭은 '안심보장증서'입니다. 실제 현장에선 이와 같은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네요.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침체기인 가운데, 특히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지역에선 기존 수분양자에게도 향후 동일한 할인혜택을 주겠다는 약정서를 써주는 곳들이 있다"며 "분양 주체 입장에서도 이 같은 조건을 제시하고 하루라도 빨리 계약을 맺는 게 오히려 이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안심보장증서의 '신뢰도'를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김예림 변호사는 "분양 주체가 안심보장증서를 써줬다면 약정에 따라 할인 분양을 요구할 수 있다"며 "약정서의 효력은 있으나, 대행사가 아닌 권한이 있는 분양주체(분양자, 시행사)로부터 받아야 하며, 옵션을 추가로 제공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기한과 혜택 제공 기준 등 상세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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