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나 때문에 세트를 내주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소속팀 현대캐피탈을 비롯해 한국 남자배구를 대표하는 리베로 여오현 플레잉코치가 V리그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는 지난 2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3시즌 도드람 V리그 우리카드와 홈 경기를 통해 개인 통산 600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정규리그 기준 기록으로 컵대회와 포스트시즌 등을 포함하면 여오현이 코트로 나선 경기수는 더 늘어난다.
현대캐피탈 구단에서는 이날 2세트 종료 후 여오현의 600경기 출전에 대한 기념식을 가졌다. 그런데 현대캐피탈은 3세트 초중반 흐름이 좋지 않았다. 우리카드에 끌려갔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은 해당 세트에서 끌려가던 점수를 따라잡고 역전에 성공, 결국 세트 스코어 3-0으로 이겼다. 여오현이 경기 후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첫 소감을 말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이유다.
그는 "동료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며 "3세트를 끌려갔지만 선수들이 잘 버텼고 경기를 이겨 기분이 더 좋다"고 얘기했다. 여오현은 600경기 출전에 대해 "운이라고 본다"며 "정말 행운도 많이 따른 선수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건강한 몸을 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하다.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큰 부상도 없었고 간단한 수술도 받은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여오현은 V리그 남녀부 통틀어 최초로 600경기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또한 남녀부 모두 유일한 1970년대생 현역 선수이자(그는 1978년생이다) 최고령 선수다. 여오현은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은퇴를 생각하거나 고민한 적은 없었다"고 웃었다.
하지만 전성기와 견줘 수비 범위 등은 많이 줄어들었다. 그도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여오현은 "후배인 박경민(리베로)이 입단한 뒤 자리를 뺐겼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박)경민이가 워낙 잘하니까 당연히 내 욕심은 버렸다"고 다시 한 번 웃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선수로 뛰겠다는 그런 구체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리시브든 수비든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뛰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 가지 목표도 있다. 개인 통산 10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V리그 원년(2005년 겨울리그) 멤버이기도한 그는 삼성화재 시절 7차례 그리고 현대캐피탈 이적 후 2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여오현은 "10번째 우승을 꼭 해보고 싶다.. 후배들이 열심히 하니 살짝 숟가락을 얻겠다"고 웃었다. 그는 "수비와 리시브 내가 할 수 있는 그리고 코트에 나오는 시간 만큼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힘줘 말했다.
10번째 우승을 거듭 얘기한 이유는 있다. 삼성화재 시절 선, 후배로 만나 인연을 맺은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때문이다. 둘은 동료 선수로 현대캐피탈 유니폼도 입었고 이제는 선수이자 코치와 감독 관계다.
최 감독은 우리카드전 종료 후 인터뷰에서 "(여)코치에게 기념 꽃다발을 전해주는데 내가 눈물이 나올 번 했다"고 말했다. 여오현도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며 "특히 10년 전이나 5년 전 경기 영상을 보는데 감정이 복받치더라.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현대캐피탈 이적 후 첫 우승을 차지했던 때 기억도 많이 났다"고 덧붙였다.
여오현은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V리그 출범을 함께했고 2012-13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현대캐피탈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세터로 뛴 최 감독과는 3시즌 만에 다시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최 감독은 2009-10시즌 종료 후 FA 보상 선수로 삼성화재에서 현대캐피탈로 팀을 옮겼었다).
/천안=류한준 기자(hantae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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