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라면 시장의 전체적인 정체와는 다르게 세부 카테고리인 비빔면 시장이 지속 성장세를 기록하는 가운데 업체 간 점유율 경쟁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위 팔도의 비빔면 점유율을 농심과 오뚜기가 조금씩 뺏어오며 추세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농심 배홍동비빔면의 판매량이 높아지며 오뚜기와의 경쟁에서 일단 승기를 잡은 모양새다.
8일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를 보면, 국내 비빔면 시장은 지난 2016년 896억원에서 지난해 1천400억원으로 약 56% 성장했다. 계절면 시장에서 쫄면, 냉면, 메밀소바 등은 모두 감소한 데 비해 비빔면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올해 비빔면 시장은 1천500억원 규모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이 길어지면서 비빔면이 '여름 계절음식'을 넘어 계절과 관계없이 먹는 음식이 된 영향이 크다.
시장이 커지자 업체별 점유율 대결도 '점입가경'이 되는 모양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팔도는 지난해 기준 비빔면 시장 점유율 약 60%로 1위를 기록했고 오뚜기가 약 20%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농심과 삼양이 뒤따르는 상황이었다.
특히 지난해 오뚜기 진비빔면은 출시 두 달 만에 2천만개를 판매하며 단숨에 시장 2위로 뛰어올랐다. 진비빔면이 팔도비빔면보다 약 20% 많은 중량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한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 농심이 배홍동비빔면으로 치고 올라가고 있어서다. 실제 본격적으로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한 최근 5주간(5월 30일~7월 3일) A 대형마트 전국 매장의 비빔면 매출을 분석한 결과 농심 배홍동비빔면이 2위에 올랐다. 구체적인 수치는 받지 못했지만 다른 대형마트에서도 농심 비빔면은 판매량이 오뚜기를 앞서고 있다고 라면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라면업계 한 관계자는 "닐슨코리아 등 최근 시장 조사 업체에서 일부 대형마트의 판매 데이터를 받지 못하며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판매량으로 볼 때 유의미한 변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오뚜기의 점유율보다는 팔도의 점유율을 농심이 뺏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팔도비빔면의 점유율은 조금씩 하락 추세다. 최대 80%까지 점유하던 팔도비빔면은 올해 들어 60% 선이 깨지며 50% 대로 떨어졌다. 지난해는 오뚜기 비빔면이, 올해는 농심 비빔면이 조금씩 점유율을 뺏어왔기 때문이다.
농심 관계자는 "배홍동비빔면의 마케팅 시점이 업계에서 가장 빨랐고 동치미 맛을 더한 매콤함과 시원함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내용을 방금 전에 접해 아직 확실히는 모르지만 농심이 2위인지 시장 데이터로 빠르게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삼양과 풀무원도 비빔면 시장 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올해 창립 60주년인 삼양라면은 브랜드를 건 첫 비빔면 제품 '삼양비빔면'을 선보였다. 태양초고추장과 사과, 배, 매실농축액 등을 주축으로 한 양념장에 국내산 아카시아꿀을 더해 '부드러운 단맛'을 표방했다. 출시 3주 만에 약 150만개 넘게 팔리며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풀무원식품은 식풀성 원료로 만든 건면 비빔면으로 틈새 공략에 나섰다. '자연은맛있다 정·백·홍 비빔면'은 각각 식물성 원료로 만든 '정비빔면', 매실간장 비빔면인 '백비빔면', 하늘초 물비빔면인 '홍비빔면'으로 구성됐다.
라면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비빔면 시장이 팔도비빔면과 농심 배홍동비빔면의 2강 경쟁구도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오뚜기가 얼마나 선전할지 모르겠지만 올해 1차전에서는 농심의 선전이 증명된 셈"이라고 말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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