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했던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입구는 적막이 맴돌았다. 입구로 향하는 길목 한 켠 컨테이너 박스에는 이천 주민들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피해신고센터'가 있을 뿐 소방차의 요란한 사이렌 소리도, 소방관들의 긴박한 방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22일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발생 6일째 이날 화재 진압은 사실상 마무리 됐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수관도 없었고, 소방관들의 방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소방차 2~3대와 10여명의 소방관이 물류단지 밖에서 건물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소방당국은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이날 오후 화재 진압 '완진'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소방관들은 이틀 전까지만 해도 5명씩 5개 조가 발화지점인 지하 2층과 지상 1~2층에 투입돼 진화 작업을 펼쳐왔다. 건물 내부 적재물만 1천620만개로 알려졌고, 대부분 종이와 비닐 등으로 구성돼 소방관들은 일일이 손으로 이를 들춰 불씨를 잡아내야 했다.
연기도 불길도 없는 건물이었지만, 화재로 남은 매캐한 냄새는 마스크를 뚫고 코까지 스며들었다. 냄새만으로도 큰 화재가 발생했던 곳이라는 사실을 알 만큼 냄새는 지독했다. 회색이었던 건물 외벽은 그을음으로 검게 변했고, 일부 철골은 화마를 견디지 못하고 굽어지기도 했다.
또 천장 철판은 화재로 늘어나면서 가운데로 푹 꺼진 모습으로, 건물의 유리창은 검게 변하거나 모두 깨져 흉물스러웠다.
이번 화재는 지난 17일 오전 5시 20분께 지상 4층, 지하 2층의 3만8천평(12만7000㎡)에 달하는 물류센터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소방당국은 초기 물품 창고 내 진열대 선반 위쪽에 설치된 콘센트를 발화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화재는 어쩌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쿠팡 노동자들이 화재 당시 '불이 났다'고 회사 관계자에게 보고했지만, 회사 측은 이를 수차례 묵살했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화재는 막을 수 있었던 '인재'로 불린다.
게다가 덕평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하기 4개월 전 이 시설의 자체 소방시설 점검에서는 스프링클러, 경보기, 방화셔터 등 270여건의 결함이 발견되기도 했다.
화재와 관련해 이천시도 쿠팡 측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엄태준 이천시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막대한 분진이 이천시 전역에 퍼져 시민들이 호흡 곤란 등 큰 고통을 받았고 하천 물고기 떼죽음과 토양오염 등 환경 피해를 비롯해 농작물과 건축물, 차량, 양봉장 등의 집단 분진 피해가 광범위하고 심각한 상황"이라며 "우리시는 쿠팡에서 피해 보상에 대한 노력이 미흡하거나 부족할 경우 필요하다면 시민들의 공익소송까지 지원하는 등 피해 주민의 위로와 노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쿠팡 덕평물류센터 인근 하천에서는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고, 농작물 분진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보고된 바 있다.
한편 소방당국은 물류센터와 보관 상품들이 사실상 전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단일 화재사고로는 재산 피해 규모가 물류센터 기준 역대 최대에 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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