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불이 났다는 노동자의 말을 회사 관계자가 수차례 묵살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당시 물류센터 화재 경보기가 울리고 내부에선 연기가 차오르고 있었음에도 쿠팡 측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덕평쿠팡물류센터 화재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이달) 17일 화재 당시 근무 중이었고, 언론에서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더 빨리 화재를 발견한 노동자'라고 말하는 그 노동자"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청원인은 당시 현장 상황을 생생히 전달하며 쿠팡 관리자들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했다.
청원인은 "화재 당일 오전 5시 10~15분께 화재 경보가 한 차례 울렸음에도 평소 경보기 오작동이 심해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며 "5시 26분경 퇴근 체크를 위해 1층 입구로 가던 중 C구역에서 D구역으로 연결되는 계단 밑이 연기로 가득 차 있어 함께 목격한 심야조 동료들과 진짜 불이 난 것 같아 입구까지 달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분들이 화재 인식을 하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어 '불이야'라며 소리쳐 알려드린 뒤 해당 층 입구 검색대 보안요원에게 '화재 경보 오작동이 아니다'라며 조치를 요청했다"며 "하지만 보안요원은 '불난 거 아니니 신경쓰지 말고 퇴근이나 하시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연기가 심하다는데 왜 자꾸 오작동이라고 하느냐, 아직 많은 분들이 남아있으니 확인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 했으나 듣는 척도 하지 않아 다른 관계자에게도 화재 상황을 알리고 조치를 요청했다"며 "하지만 관계자는 크게 웃으며 '오작동이 잦아서 불났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된다'라고 해 분했다. 정신이상자인 것처럼 대하는 대응에 수치스러움까지 느꼈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물류센터 관계자들을 믿고 화재 제보와 조치 요청을 하려던 그 시간에 차라리 핸드폰을 찾으러 가서 전원을 키고 신고했더라면 이렇게 참사까지 불러온 대형 화재로 번지기 전 초기 진압돼 부상자 없이 무사히 끝났을지도 모른다는 별별 생각이 다 든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덕평물류센터에서는 3년 전에도 담뱃불로 인한 화재사고가 있었지만 이후 개선된 것이 전혀 없어 이번 사고로까지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고의 정확한 책임 규명과 사건 관련 처벌 대상자들에게 더욱 강력한 처벌을 내려달라"며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으로 인해 막을 수 있던 참사까지 겪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그리고 소방대장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쿠팡은 안전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해왔다. 지난해 말 안전관리 전문가로 유인종 부사장을 영입했고 조직도 강화했다. 지난 1년간 700명의 안전전문 인력을 추가로 고용했다. 안전관리를 위해 2천5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덕평물류센터의 경우도 지난 2월부터 4개월 동안 전문 소방업체를 통해 상반기 정밀점검을 완료했다. 소방 안전을 위한 추가적인 개선 사항도 모두 이행한 상태다. 그럼에도 이번 사고가 벌어지자 쿠팡이 적절한 조치와 대응을 했는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불매운동'까지 전개되고 있다.
쿠팡 측은 사실관계가 현재까지 파악되지 않았고 조사가 진행 중인 부분이라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며 경찰과 소방 당국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쿠팡은 이번 화재로 숨진 고(故) 김동식 소방령 유가족을 평생 지원하고, 직원들에게도 급여 정상 지급 및 전환배치에 나서는 한편, 화재 현장 인근 주민을 위한 피해지원센터도 개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신지훈 기자(ga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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