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LG생활건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최악의 악재에도 사상 최대 1분기 실적을 기록하며 '차석용 매직'을 이어갔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소비 심리 위축, 면세업계의 '개점휴업' 상태로 뷰티 부문 실적은 다소 하락했지만 생활용품, 음료 사업 매출이 호조를 보였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 1분기 매출 1조8천946억 원, 영업이익 3천33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3.6% 성장한 수치다. 또 당기순이익 역시 2천342억 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3.7% 성장했다.
◆뷰티 부문, 럭셔리 라인업 견조한 실적 앞세워 '최악 시장' 피해 최소화
앞서 증권가와 업계는 LG생활건강의 '고공 성장'이 1분기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바라봐 왔다. 주력 사업인 뷰티 부문의 주요 시장인 중국 및 면세점 채널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어서다.
실제 LG생활건강의 뷰티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한 1조665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10.0% 줄어 2천215억 원에 그쳤다. 시장의 우려와 같이 국내·외 수요가 감소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급감하며 면세점 시장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진 것에 의한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다만 LG생활건강 뷰티 부문의 럭셔리 브랜드들은 높은 수요를 기반으로 상대적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숨'과 '오휘'의 초고가 라인인 '로시크숨마'와 '더 퍼스트'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 52%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으며, 더마화장품 브랜드 'CNP'도 13%의 매출 성장을 이뤘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뷰티 사업 부문은 럭셔리 화장품들에 대한 견고한 수요에 힘입어 영업이익 감소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생활용품·음료 사업 악재에도 급성장…뷰티 부진 메꾸는 '만점 활약'
주력 사업인 뷰티 부문의 빈 자리는 생활용품·음료 부문이 메꿨다. 생활용품은 코로나19 사태로 위생용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것에 기민하게 대응해 성장세를 보였고, 음료 매출도 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높은 실적을 거뒀다.
LG생활건강 생활용품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19.4% 성장한 4천79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0.7% 끌어올리며 653억 원을 달성했다.
닥터그루트·벨먼·히말라야 핑크솔트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꾸준히 성장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비자 니즈 및 유통구조 변화에 즉각 대응한 핸드 새니타이저 겔·핸드워시·물티슈 등 다양한 항균 위생용품 출시를 이어가며 호실적을 견인했다.
음료 부문은 코로나19 사태가 '호재'로 작용했다. LG생활건강 음료 부문은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전년 대비 5.0%, 43.9% 성장한 3천505억 원과 468억 원을 달성했다. 배달 시장의 성장에 힘입은 코카콜라, 씨그램 등 탄산음료 상품이 같은 기간 9% 성장했다. 특히 건강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는 트렌드를 반영해 당과 칼로리를 낮춘 코카콜라 '제로 슈가' 제품이 높은 인기를 끌었다.
◆글로벌 기업 도약 전략 '이상무'…사업구조 고도화·역량제고 '박차'
LG생활건강은 악재 속에서도 호실적을 만들어냄에 따라, '아시아를 뛰어넘는 글로벌 회사로의 도약'이라는 목표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차 부회장은 지난달 20일 있었던 정기 주주총회 자리에서 "글로벌 회사로의 도약을 위한 성공적 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내부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글로벌 회사 도약의 핵심 요소로 '역량'과 '경쟁력'을 꼽았다. 또 이를 위한 중점 추진 사항으로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발돋움 ▲전 가치사슬(Vaue Chain)의 글로벌 최고 경쟁력 확보 ▲정의롭고 역동적인 기업문화 구축 등을 강조했다.
이에 향후 LG생활건강은 글로벌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미국 '뉴에이본(New Avon)'을 인수하며 글로벌 화장품 최대 시장 미주 대륙을 공략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또 지난 2월에는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 지역 사업권을 1천923억 원에 취득하며 연평균 15%씩 성장하는 약용 화장품 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이 같은 사업 확장을 뒷받침할 내부 프로세스의 디지털 전환도 이어나간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월 업무자동화로봇 '알 파트장'을 도입했다.
'알 파트장'은 사람이 컴퓨터로 처리하는 업무 프로세스를 학습해 정형화된 단순 반복업무를 사람 대신 수행한다. 엑셀 작성 업무, 전산시스템 조회는 물론 메일 송·수신도 가능해 담당자와의 소통도 가능하다. LG생활건강은 현재 '알 파트장'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를 점차 모든 부서의 수작업 업무로 확대해 구성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보다 충실히 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방침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2분기 영업환경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뷰티·생활용품·음료 등 세 개 사업부로 이어진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시장에 유연히 대응하고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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