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11번가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두고 이커머스업계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정작 11번가는 만족스럽다는 반응이지만, 11번가의 거래액 규모를 고려하면 헐값에 지분을 넘겼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반면, 적자 기업치고는 매력적인 조건에 투자를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국민연금(3천500억원)과 사모투자펀드(PEF) H&Q코리아(1천억원)·새마을금고중앙회(500억원)로부터 총 5천억원의 자금을 유치해 오는 9월 SK플래닛으로부터 분사한다. 이들 투자자의 지분율은 18.2%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11번가의 기업가치는 약 2조7천500억원 수준이다.
3년 만의 고전 끝에 얻은 결실이지만, 당초 11번가의 기업가치가 최소 3조원 정도일 것으로 예상됐던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표다. 더욱이 지난 2015년 쿠팡이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1천억원을 투자받으며 5조5천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다 보니 11번가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1번가 거래액은 9조원 수준으로, 단일플랫폼 기준 업계 1위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같은 기간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을 합쳐 15조원, 쿠팡은 4조~5조원, 위메프·티몬은 각각 4조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거래액은 이커머스사의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성장성 만큼이나 중요한 평가 기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6년 NHN엔터테인먼트가 티몬에 475억원을 투자하며 티몬의 기업가치를 약 1조7천억원으로 평가했다"며 "당시 티몬 거래액이 2조5천억원 내외였던 점을 감안하면 11번가의 기업가치는 의아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SK텔레콤이 적자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11번가를 급히 떼어낸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사실 기업가치는 명확한 산정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닌 데다, 객관적 지표 외에 투자자의 주관 등이 반영되다보니 쉽게 '싸다 비싸다'를 논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이커머스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11번가의 기업가치가 향후 국내 이커머스 기업의 밸류에이션 산정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롯데·신세계 등 오프라인 유통강자들이 온라인 사업에 조 단위의 투자계획을 밝히는 등 이커머스업계 경쟁이 격화되면서 11번가 뿐 아니라 쿠팡·위메프·티몬 등도 실탄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11번가의 기업가치가 기대치를 밑돌자 다른 기업들의 밸류에이션까지 같이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한편에선 11번가의 기업가치가 결코 낮지 않다고 반박한다. 오픈마켓 특성상 소셜커머스 대비 수수료 매출이 적은 데다, 단순 판매중개자여서 가격주도권도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란 설명이다. 또 11번가가 국민연금의 투자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성장 가능성을 재확인했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11번가가 거래액이 아무리 커도 투자자의 눈엔 1년에 1천억씩 적자를 내는 기업일 뿐"이라며 "그런데도 보수적인 투자자인 국민연금이 대규모 투자를 결심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사실상 국민연금이 국내 온라인 사업의 성장성을 인정해줬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들의 투자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특히 11번가가 장악하지 못한 신선식품·특가딜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업체일수록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