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SK그룹이 올해 들어 연거푸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최태원 SK 회장이 SK 계열사들의 혁신적인 변화를 기치로 하는 '딥 체인지'를 강조한 이후, 각 계열사들이 그 일환으로 사업 재편을 활발히 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K는 지난 17일 LG실트론의 사명을 SK실트론으로 바꿨다. LG실트론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명 변경을 포함한 정관 변경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 1월 LG가 보유한 LG실트론 지분 51%를 6천2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SK는 최근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으며, 남은 지분 49%도 마저 인수할 계획이다.
이로써 SK는 지난해 초 OCI로부터 SK머터리얼즈를 인수한 데 이어 또 한 곳의 반도체 계열사를 인수했다. SK 관계자는 "SK실트론 인수로 '글로벌 종합 반도체소재 기업'이라는 비전에 더 가까이 가게 됐다"며 "국내 유일의 웨이퍼 수출 인수를 통해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방지, 국내 반도체 제조사의 안정적 소재 구매 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SK는 지난달 25일에는 중국의 물류센터 운영기업인 ESR의 지분 11.77%(약 3천720억원)를 신주인수하기로 하고 물류영역에 손을 뻗쳤다. 반대로 지난 11일에는 SK증권의 남은 지분 10.04%를 투자회사인 케이프인베스트먼트에 최종 처분하며 증권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지주회사 행위제한 위반 해소를 위한 조치다.
계열사들의 사업재편도 분주하다. 지난 10일에는 SK에너지가 SK네트웍스로부터 국내 석유유통사업을 넘겨 받았다. 이에 따라 당초 SK네트웍스가 관리 중이던 SK주유소 2천175개의 유통망을 SK에너지가 직접 관리하게 됐다. 본래는 SK에너지가 주유소에 팔 석유제품을 SK네트웍스에 공급하고, 이를 SK네트웍스가 중간 유통 마진을 붙여 각 주유소에 판매하는 시스템이었다.
이번 사업 재편으로 SK에너지는 생산부터 유통, 판매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게 되면서 사업 효율성을 높였다. 그 대신 SK네트웍스는 양수 금액 3천15억원을 통해 신사업 자금 등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공식적으로 SK에너지 내 통합 조직은 11월 초 출범하며, 그전까지 주주총회, 기업결합신고 등의 절차를 거친다.
SK에너지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도 지난 1일 배터리와 화학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당초 SK이노베이션은 김준 사장이 직접 배터리·화학 사업 확장을 골자로 하는 '딥 체인지 2.0'을 선언했고, 조직개편을 통해 실제 실행에 옮길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특히 CEO 직속으로 배터리 사업본부를 신설해 배터리 수주 경쟁력 강화와 배터리 관련 통합적 사업 추진을 꾀했다. 화학 분야에서는 자동차, 포장재 분야 등 고부가가치 화학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간판 계열사인 SK하이닉스도 사업 재편 과정을 거쳤다. SK하이닉스는 지난 5월 말 이사회에서 파운드리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사한 'SK하이닉스 시스템IC'를 출범하기로 하고, 지난달 10일 공식 출범식을 가졌다.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액 중 파운드리 사업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1%가 되지 않지만, SK하이닉스는 향후 파운드리 사업의 수익성 및 사업가치 제고 등을 위해 이를 자회사로 나눴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플래닛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광고대행사업을 담당하던 M&C 부문을 떼어내 SM엔터테인먼트그룹에 66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11번가에 대한 매각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유통 대기업에 넘기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 밖에 SK해운, SK인포섹도 올 초 각각 물적분할과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 재편 작업을 시행했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지금의 사업모델이나 비즈니스 방법 등이 최선이 아니라면 크게 변화를 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딥 체인지'를 강조했다"며 "사업 재편 등의 과정은 각 계열사가 스스로 '서든 데스'하지 않기 위한 변화의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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