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두탁기자] 지난 4일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끝으로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확정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후보들은 아직까지 부동산 관련 공약을 구체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당별 경선 과정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일부 부동산 관련 공약들이 발표됐고 지난해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각 정당이 발표한 부동산 공약을 통해 대략적인 윤곽은 확인할 수 있다.
◆보유세 강화 등 이전 정부와 차별화 예고…세종시 이전은 모두 찬성
13일 지금까지 대선 후보자별로 나온 부동산 관련 공약(정책)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우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부동산 보유세 인상과 공공주택 100만호 공급, 전·월세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보유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유세 1.09%)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세수 비중(0.79%)이 낮아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보유세 인상은 2012년 대선에서도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실제 공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부동산 보유세 현실화를 통해 공공주택 10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와 함께 청년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쉐어하우스형 공공임대주택 5만호 공급, 역세권 개발을 통한 청년주택 공급, 대학기숙사 확대(5만명 수용)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또 매년 10조원, 5년간 50조원의 공적 재원을 투입해 뉴타운ㆍ재개발사업을 중단한 500여 개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살리는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밖에 당론으로 정하고 있는 전·월세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 등도 공약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개헌을 통한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 또한 약속했다.
뒤늦게 대선 후보에 뛰어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재건축 층수 규제 완화와 행정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 등을 경선 과정에서 밝힌 바 있다. 아파트 층수 규제를 풀어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대선 후보들이 강남 재건축 층수 제한에 현상유지나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홍준표 후보 역시 개헌을 전제로 한 행정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피력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다양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임대주택의 임차인 보호 강화, 주택 금융 및 주택 관련 세제의 정상화 등을 주요 부동산 정책으로 꼽을 수 있다. 안 후보는 지난해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으로 청년희망임대주택을 조성하는 '청년희망둥지법'을 발의한 바 있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TV(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도 손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가계부채 "DTI와 LTV 강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전·월세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도 당론으로 정하고 있어 공약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또 개헌을 통해 청와대와 국회를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는 공약을 공개하기도 했다.
경제학자 출신인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각종 인터뷰와 후보 지명 연설에서 DTI와 LTV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부동산 시장 상황과 가계부채를 고려하면서 DTI와 LTV 등의 규제 강화를 지속적으로 피력해왔다. 유 후보는 또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 인상과 소득세·재산세 동시 인상 등의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세종시 이전과 관련해서는 대규모 수도 이전에는 반대하지만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은 개인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2배로 높이는 부동산 정책을 당론으로 발표했다. 심 후보는 가계부채 해소를 위해 총량 관리제 도입과 DTI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살기 좋은 농어촌을 만들기 위해 중·고등학교에 공립기숙사를 설치하고 농어촌 독거노인이 공동 거주 할 수 있는 마을공동주택을 보급하기로 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정의당 공약으로 담긴 전·월세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 도입도 이번 대선 공약으로 다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행정기능의 세종시 이전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총선 공약을 보면 19대 대선 부동산 공약이 보인다?
지난 20대 총선이 치러진지 1년이 조금 넘는 시점에서 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총선에서 발표됐던 부동산 관련 공약들이 대선 공약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전·월세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의 공약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서 지난 20대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웠고 대선 후보들도 경선 과정에서 도입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주요 정당이 내세웠던 부동산 관련 공약 대부분은 주거복지 강화에 정책 방점을 뒀다. 전·월세 임차시장의 불안으로 서민의 주거안정을 크게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5월 치러질 대선에서도 중요 공약사항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여당(당시 새누리당)은 소규모 건축물 양성화나 빈집 리모델링, 뉴스테이, 행복주택 등을 통해 서민 주거안정을 도모했다. 야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임대주택 공급 확대나 반값 임대주택,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임대소득과세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와 함께 여야 모두 상가임차인 보호나 국토균형발전, 전세 보증보험 의무화, 개발이익 환수 등의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특히 연말 일몰을 앞두고 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연장 여부나 2019년 일몰되는 2천만원 이하 주택 임대사업자 과세 유예 문제 등 부동산 시장에서 예민하게 반응하는 정책들이 어떻게 결정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역대 대선 이슈, 집값에는 큰 영향 없어
지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세 번의 대선이 치러지는 동안 16대 대통령 선거를 제외하고는 대선 이슈가 집값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18대 대선(2012년 하반기 기준)에서는 전국 아파트값이 하락하기도 했다.
2002년 대선에서는 전국 아파트값(2002년 하반기 기준)은 8.8% 상승했다. 2001년 외환위기에서 공식적으로 벗어난 이후 2002년부터 뉴타운 열풍이 일면서 수도권 집값은 광풍이 불었다. 2002년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30%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2007년 치러진 17대 대선에서 전국 아파트값(2007년 하반기 기준)은 0.76% 상승해 오름폭이 크지 않았다.
2005~2006년까지 집값이 폭등한데다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이 이어지면서 매수세가 위축됐다. 18대 대선은 유럽발 재정위기로 국내외 경제 여건이 크게 위축되면서 2012년 하반기 기준 전국 아파트값이 1.73% 하락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지기도 했다.
부동산114는 부동산시장은 선거의 영향보다는 경기상황, 수요와 공급차이, 지역상황에 따른 개발여건 등에 좌우됐다고 밝혔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시장이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주시하고 있지만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서 부동산과 관련한 공약은 아직까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또 과거 대선 공약이 주로 개발 공약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 치러진 몇 차례 선거에서는 주거 안정과 복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부동산114는 19대 주요 대선 후보자들의 경우 부동산 보유세 강화,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 주택·상가임대차보호법 강화,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 이전 정부의 부동산부양책과는 차별화된 정책이 예고되고 있어 공격적인 투자 보다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주택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두탁기자 kd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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