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제약·바이오 업계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린 기업 중 셀트리온이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자하며 공격적인 전략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한양행은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으며, 보령은 창사 이해 최대 실적 대비 가장 저조한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연구원이 의약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bcbbd5195ec1e1.jpg)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조(兆) 단위 매출을 기록한 8개 제약·바이오 기업 중 연구개발(R&D) 비용을 가장 많이 투자한 곳은 셀트리온이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에만 4346억원을 R&D에 투입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26.8% 증가한 수치다. 8개 기업 중 유일하게 4000억원대 투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 전략은 인재 확보와 조직 운영 방식에도 반영되고 있다. 현재 셀트리온은 박사급 65명, 석사급 339명을 포함해 총 709명의 전문 인력을 연구개발, 제품개발, 데이터사이언스 등 세 개 부문에 배치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인 3조557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8% 줄었다. 감소 여파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전략을 흔들림 없이 추진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도 과감하게 R&D 투자를 지속해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을 이어갈 것"이라며 "2030년까지 총 22개 바이오시밀러를 완성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R&D는 단순한 기술 향상을 넘어서 신약 개발이라는 산업의 핵심 과제와 직결된다. R&D 비용에는 인건비뿐 아니라 임상시험 비용, 시설 투자비 등도 포함된다. 특히 이 산업에서는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투자로 여겨지며, 보통 수백억원대의 예산이 들어간다. 업계에서는 R&D 투자 규모와 매출 대비 비율을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 외에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지난해 R&D 투자 규모는 △삼성바이오로직스 3929억원 △유한양행 2688억원 △대웅제약 2325억원 △한미약품 2097억원 △GC녹십자 1746억원 △종근당 1573억원 △보령 558억원 순이었다.
이들 기업 중 R&D 투자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R&D 투자를 단행했으며, 2022년과 비교하면 49% 늘어난 수치다. 이 회사는 중앙연구소, R&BD본부, 임상의학본부, 헬스케어개발실 등으로 연구 조직을 세분화해 총 447명의 연구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목표는 항암제 '렉라자'에 이은 차세대 혁신 신약 개발이다. 이를 위해 이미 R&D 목표를 수립했으며, 올해부터 매년 1건 이상의 기술수출을 달성하고 2건 이상의 신규 임상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알레르기 신약 '레시게르셉트'에 대한 기대가 크다. 레시게르셉트는 면역글로불린(IgE) 수치를 낮춰 알레르기 증상을 개선하는 Fc 계열 융합 단백질 신약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매년 R&D 비용을 회사 전체 매출의 10%가 넘는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며 "레시게르셉트는 임상 1b상 최종 결과 분석 단계에 있고, 결과에 따라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전략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이 의약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26cca406823701.jpg)
반면 지난해 R&D 비용이 가장 적었던 기업은 보령이다. 보령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2019년 50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을 5년 만에 두 배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보령이 상대적으로 낮은 R&D 비용을 유지한 배경에는 오리지널 의약품 인수전략인 LBA(Legacy Brands Acquisition)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에 개발된 의약품이나 임상 단계에 있는 후보물질을 라이선스 형태로 도입한 뒤,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거나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이다. 자체 신약 개발처럼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도 짧은 기간 내에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령 관계자는 "김정균 대표 취임 이후 LBA 전략을 적극 추진한 결과, 사업 실적 개선이라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대만 제약사와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에 성공했고, 항암제 매출도 30% 이상 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전년 대비 R&D 투자를 늘렸지만, GC녹십자만 유일하게 10.6% 감소했다. 이는 혈액제제 '알리글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뒤 임상이 종료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GC녹십자는 전체 매출 10%를 R&D에 투입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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