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1999년 출시된 온라인 게임 '에버퀘스트'에서 등장한 탱커와 힐러, 딜러의 개념은 이후 전 세계 수많은 역할수행게임(RPG)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단단한 갑옷을 착용한 탱커가 몬스터의 주의를 끄는 사이, 딜러가 몬스터에게 피해를 입히고 힐러가 탱커와 딜러의 체력을 보충하는 전투 방식은 드잡이 식으로 이뤄졌던 이전 게임에서는 접하지 못한 긴장감을 제공했다. 어느 한쪽이라도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그대로 전멸로 이어지곤 했기 때문이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파이널판타지14'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게임 역시 이같은 역할 구분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도 어찌보면 그만큼 '탱딜힐'이 주는 재미가 남다르다는 방증이다.
국산 모바일 게임 중에서도 이같은 역할 구분의 재미를 내세운 신작이 나왔다. 엘엔케이로직코리아가 개발한 '붉은보석2'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온라인 게임 '붉은보석'의 정식 후속작인 이 게임은 주인공 캐릭터와 더불어 각양각색의 동료를 모아 육성하는 재미를 담은 액션 역할수행게임이다. 직접 플레이해본 '붉은보석2'는 '히트' '레이븐'과 같이 단일 영웅을 육성하는 액션 RPG에 캐릭터 수집 요소를 접목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게임이 여타 수집 RPG들과 차별화 된 부분은 동료들이 탱커와 딜러, 힐러로 각각 구분돼 있다는 점이었다. 스토리 진행에는 주인공을 포함해 최대 3인 파티를, 공격대에는 5인 파티를 만들 수 있는데, 각 역할에 맞게 동료들로 파티를 구성하는게 중요했다. 주인공 캐릭터를 탱커에 해당하는 성기사를 선택했다면 나머지 두 동료는 딜러와 힐러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이 게임에서는 파티플레이를 하는 듯한 기분을 충실히 느낄 수 있다. 다수의 적이 몰린 곳에 탱커 캐릭터를 접근시켜 몬스터들을 도발한 뒤 딜러 캐릭터로 적들을 정리하는 과정은 흡사 온라인 RPG를 떠올리게 했다. 범람하는 턴방식 수집 RPG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재미였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깔끔한 카툰 랜더링 그래픽과 게임 내 모든 대사를 음성으로 더빙할 정도로 공을 들인 개발진의 노력도 높이 산 부분이다. 마을 한 켠에 모닥불을 피워 마치 캠핑하듯 다른 이용자와 소통할 수 있게 한 점도 RPG의 '낭만'을 살렸다는 느낌을 안긴다.
아쉬운 점도 있다. 특정 영웅이 선호되는 수집 RPG의 고질적인 문제는 이 게임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며, 조작 인터페이스의 경우, 특정 지점을 터치하는 방식만 선보였다는 점이 그렇다. 가상 패드로도 캐릭터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지를 부여하면 어떨까 싶었다.
주인공 캐릭터의 직업에 특화된 무기만 줄곧 매우 높은 확률로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보였다. 가령 주인공 캐릭터로 성기사를 선택하면 도검 무기만 주로 나와 지팡이 등 다른 무기를 사용하는 동료 캐릭터 육성이 적잖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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