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정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공공공사를 수주하며 공무원과 접촉이 많은 건설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 법은 공무원 등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더라도 형사 처벌한다.
100만원 이하의 금품수수에 대해서는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의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경우 이를 신고하도록 한 규정도 있다.
건설사들은 대규모 택지개발 과정에서 학교 도로 등 기반시설 건립을 놓고 지자체와도 협의를 한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시공사 선정을 위해 선물 등을 주는 경우가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도시정비사업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나 이 공무원의 아내가 선물을 받으면 이는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업계에 따르면 김영란법과 연관된 접대비는 기타 판관비에 포함된다. 건설사마다 접대비가 기타 판관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르지만 보통 10~15% 내외다.
접대 문화를 대표하던 건설업계에서 '식사 자리'는 뗄래야 뗄 수는 관행으로 자리잡아 왔다. 기존에 1인당 5만원짜리 식사을 함께 했다면 앞으로는 3만원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3만원 짜리 식사를 대접하고 곧바로 커피숍으로 옮겨 5천원짜리 커피를 샀더라도 문제가 된다. 근접성·계속성 등을 고려해 하나의 행위로 판단하기 때문에 상한액 3만원을 넘은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홍보팀 관계자는 "식사를 하며 친분을 쌓는 것이 주요 업무인데 난감하다"며 "여러번 나눠서 만나야 하는지, 명확한 업계 가이드라인이 없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부탁'과 '청탁'의 선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 정도 쯤이야"하고 관행대로 공직자 등에게 개인적 부탁을 했다가는 누구든 김영란법에 의해 처벌될 수 있어 건설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예를 들어 건설사 직원이 건축 허가와 관련해 담당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에게 부정청탁을 할 경우 건설사 직원은 제3자인 회사를 위해 부정 청탁을 했으므로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회사 소속 임직원의 업무 관련 부정 청탁은 회사를 위한 것으로 효과가 회사에 귀속되기 때문에 제3자를 위한 부정 청탁에 해당하는 것이다. 건설사도 김영란법의 '양벌규정'에 따라 같은 금액인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김영란법 제24조에는 법인 또는 단체의 대표자 종업원이 법인·단체 또는 개입 업무에 관해 위반 행위를 하면 행위자 외에 법인·단체에게도 벌금 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위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건설사도 면책이 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몫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을 지켜야지 당장 9월부터 다른 방법이 없지 않나"라며 "내부적으로 매뉴얼을 만들던지, 접대 패턴의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편으로는 호화스럽게 접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질 것"이라며 "인허가 과정 등이 투명하게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도 든다"고 말했다.
조현정기자 jh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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