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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개입 녹취록' 폭풍, 위기 몰린 친박계


전당대회 앞두고 악재, 서청원도 불출마…당권 장악 무산될 듯

[윤채나기자] 새누리당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4.13 총선 공천에 개입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여권 주류인 친박계가 위기에 놓였다.

'대통령의 뜻' 운운하며 수도권 한 출마자에게 지역구 이동을 종용하는 두 의원의 육성이 그간 설(說)로만 떠돌던 공천 개입 의혹의 실체로 받아들여지면서 친박계 전체가 수세에 내몰린 것이다.

비박계는 당장 파상공세에 나섰다. 지난 17일 발간된 총선 백서가 계파 갈등을 총선 참패 원인으로 꼽으면서도 친박 책임론을 명시하지 않은 데 대해 벼르고 있던 터다.

비박계 당권주자인 정병국 의원은 19일 성명을 통해 "새누리당 일각의 계파 패권주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어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친박들은 계파 해체를 선언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비박계 당권주자인 주호영 의원도 복수의 라디오 방송에 출연, "공천 개입 정도가 아니라 협박에 가깝다. 거의 범죄행위 수준"이라며 당 차원의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일단 친박계는 녹취록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분위기다. 친박계 핵심인 김태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총선 개입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한 명 이라도 더 당선시키려는 동료 의원, 선후배 간 교통정리 차원의 권고"라고 강조했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8.9 전당대회'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녹취록이 공개됐다는 점에 주목, 조심스레 '음모론'을 제기하며 역공을 꾀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김 의원은 "(총선이 끝난 지) 몇 달 지난 후에, 전당대회 직전에 이런 부분이 (폭로된 것에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우현 의원은 "이 시점에 (녹취록을 공개) 한 것은 '서청원 죽이기' 아니냐"라며 "일방적으로 통화 내용을 녹취해 공개한 것은 옳지 않다. 남자의 세계에서 가장 인간쓰레기 같은 행동을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사태의 추이는 친박계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당장 친박계가 당 대표로 옹립하려 했던 '맏형' 서청원 의원이 장고 끝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권 장악 행보에 차질이 생겼다.

서 의원은 친박계 내부의 간곡한 설득에 출마 여부를 고심해 왔으며, 한때 당 안팎에서는 당권 도전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녹취록에 실명까지 거론되면서 출마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결국 친박계는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며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현재 친박계에서 당권 도전을 선언한 인물은 이주영, 이정현, 한선교 의원 등이 있지만 서 의원에 필적할 만큼 강력한 주자가 없는데다 총선 참패 책임론이 전당대회를 뒤덮으면 당심(黨心)은 비박계에 기울 수밖에 없다.

윤채나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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