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경기자] 단돈 4천300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껏해야 햄버거 세트나 담배 한 갑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이 돈으로 스마트폰을 살 수 있다.
이 스마트폰의 이름은 '프리덤251'. 단돈 251루피(한화 약 4천3백원)에 살 수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제조업체 이름은 인도의 무명 기업 '링잉벨스'다.
12일 외신에 따르면 링잉벨스는 지난 8일부터 프리덤251의 배송 작업을 진행 중이다. 초도 물량은 약 5천대로 알려졌다.
프리덤251은 4인치 화면에 1.3GHz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소형 스마트폰이다. 램(RAM)은 1GB, 내장 메모리는 8GB에 불과하다. 배터리 용량 또한 1천450mAh로 작은 편이다. 카메라는 후면 320만화소, 전면 30만화소다. 부품을 대만에서 수입하고 조립은 인도에서 한다. 전체적으로 사양이 낮지만 가격을 감안하면 썩 나쁜 제품은 아니다.
이 제품의 예약 구매 신청자 수는 약 7천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이 제품이 화제가 되는 이유 중 하나로 "세계은행(WB)이 산출한 인도의 국민 평균 소득이 연간 5천630달러(한화 약 650만원)"인 것을 들었다. 하루에 2천원이 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단돈 4달러짜리 스마트폰은 솔깃한 제안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링잉벨스가 이 '초저렴이' 스마트폰으로 돈을 벌 수 있을 리는 만무하다. 모히트 고엘 링잉벨스 최고경영자(CEO)는 프리덤251에서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제조에 들어간 비용은 추후 기기에 선탑재된 앱에서 발생하는 광고와 마케팅 수익을 통해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모히트 고엘 링잉벨스 최고경영자(CEO)는 프리덤251의 출시 배경으로 "비록 손해는 보겠지만, 시골 지역에 살거나 가난한 인도 사람들이 이 제품을 통해 디지털화된 세상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인도의 자국내 생산 우대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 캠페인에 합당한 제품"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당초 이 제품을 20만대가량 출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인도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인도 수상에게 "74억달러를 지원해 달라"는 내용의 공식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링잉벨스의 행보를 화제몰이를 위해 '일단 지르고 보는' 돌발행동 쯤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중을 이목을 집중시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이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4달러에 내놓는다는 발상은 현지 소비자의 관심을 노린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에 불과하다"면서도 "그만큼 인도 시장에서 스마트폰의 판매 단가가 낮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인도 시장 키우는 것은 120달러짜리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인도 시장의 휴대폰 평균 판매 가격(피처폰 포함)은 7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마이크로맥스나 인텍스 등 현지 업체들도 스마트폰을 100달러 선에서 판매하며 '규모의 경제'로 이득을 챙긴다. 지난 1분기 인도 시장에서 스마트폰 출하량 1위(600만대, 카날리스 기준)를 차지한 삼성전자 또한 저가 정책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 시장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대신 '타이젠' 운영체제를 탑재한 저가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다.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타이젠 스마트폰으로는 Z1과 Z3 두 가지 모델이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10월 세 번째 타이젠 스마트폰 'Z2'를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인도 시장에 출시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온7' 또한 중국이나 남미 등지에서는 20만원대 후반에 판매됐지만, 인도 출시 가격은 약 18만원 선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시장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은 만큼 소비자의 구매력도 낮다"며 "시장 상황이 그렇다 보니, 시장 진입 단계에서는 브랜드 정착을 위해 마진을 최소화하더라도 싼 가격에 납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가트너는 "인도에서 스마트폰은 여전히 비싼 물건이지만, 평균 판매 가격이 점차 낮아지면서 올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전년 대비 29.5% 성장할 것"이라며 "120달러 이하의 저가형 스마트폰이 인도 스마트폰 시장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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