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훈기자] "VR 콘텐츠 정말 잘 될까요?"
모 콘퍼런스 행사장에서 만난 마케팅 회사 대표의 질문이다. 동영상 마케팅을 취급하는 회사다보니 VR이 화두로 떠오른 요즘, 어찌보면 당연한 질문이다.
가상현실(VR)은 인공지능(AI)과 함께 올해 ICT 업계의 뜨거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많은 언론매체에서 VR과 관련된 수많은 기획기사를 쏟아낼 정도니까.
VR로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지금도 부지기수다. 뮤직비디오, 라이브콘서트, 영화, 게임, 포르노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방식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종이로 만든 카드보드로 체험하는 1단계, 삼성 기어VR 등 스마트폰을 디스플레이로 쓰는 2단계,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 바이브 등 자체 디스플레이를 동반한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로 체험하는 3단계가 있다.
몰입감은 각 단계별로 하늘과 땅 차이. VR 게임은 보통 HMD를 사용하는 3단계 정도 돼야 어느정도 생생한 VR 체험을 할 수 있다.
360 VR은 2단계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여기서부터 숙제가 남는다.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가 QHD(2천560 X 1천440) 해상도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여전히 VR을 즐기기에는 부족하다.
최소 4K(3840 x 2160)나 8K(7680 x 4320) 해상도가 돼야 어색함이 없다. 눈앞에서 시야가 펼쳐지기 때문에 4K 미만에서는 픽셀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이질감으로 이어진다.
또 다른 숙제는 용량이다. 2분짜리 VR 영상도 수백메가바이트(MB)에 달한다. 10분이 넘어가면 기가바이트(GB) 단위다.
스트리밍으로 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고 다운로드를 해서 봐야 하는데 이마저도 용량이 작은 스마트폰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결국 디스플레이와 네트워크 속도의 발전은 필수불가결이다.
제작사들은 현재의 VR 콘텐츠가 한계가 있는 환경에서 재현해야 하다보니 게임을 제외하면 '상품성'이 있는 콘텐츠가 아직은 많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폰으로는 특정 장르(호러 등)의 영화나 '우동(야동을 일컫는 은어)'이라 부르는 성인용 콘텐츠를 감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1년 단위로 스마트폰의 스펙이 재편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어서 2~3년 후 5G 서비스가 시작되면 본격적인 VR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혹자는 3D 시장이 사라진 것과 비교하면서 VR 시장에 대한 우려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애플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IT 기업들과 콘텐츠 플랫폼까지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3D 시장 초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KT 등 국내 대기업들도 VR 시대를 대비해 시장선점을 준비하기위해 분주하다.
VR이 잘 될지 여부를 걱정하기 보다 VR 시대를 대비해 '어떻게' 비즈니스를 접목시킬 지를 걱정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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