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였던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가 예상대로 동생인 신동빈 회장이 압승하며 30분만에 속전속결로 끝이 났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회유책에도 '캐스팅 보트'로 지목됐던 종업원지주회가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이번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현 경영진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오는 6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동일 안건을 재상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롯데일가의 형제간 싸움이 계속될 것을 시사했다.
6일 SDJ코퍼레이션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일본 도쿄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총 결과 신 전 부회장이 요구한 '현 경영진 해임안'과 '신동주 전 부회장 이사 선임안' 등이 모두 주주 과반 이상의 의결로 부결됐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내에서 우호지분을 약 30% 정도 밖에 확보하지 못해 종업원지주회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파격 제안에도 그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은 ▲광윤사 28.1% ▲종업원지주회 27.8% ▲관계사 20.1% ▲투자회사 LSI 10.7% ▲오너일가 7.1% ▲임원 지주회 6.0% ▲롯데재단 0.2% 등이 나눠갖고 있다.
이 가운데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의 지분 '50%+1주'를 보유한 절대적 과반주주로, 자신의 지분(1.6%)과 광윤사 지분 정도만 우호지분으로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종업원지주회를 포섭해야 과반이 넘는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결국 실패했다.
앞서 종업원지주회는 지난해 7월에도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에서 해임한 긴급 이사회에서도 신 회장을 지지한 바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신 회장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했다"며 "이로써 자신의 해임에 대한 신 전 부회장의 반발로 촉발됐던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 전 부회장 측의 요구로 소집된 이번 주총은 모든 과정이 관계 법령에 의거해 적법하게 진행됐다"며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주총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더 이상 롯데의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경영활동에 발목 잡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임시 주총에서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의 의견이 적절하게 반영된 것이 아니라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을 포섭하기 위해 '경영복귀 시 롯데홀딩스 상장을 통해 1인당 최대 25억 원 상당의 주식 보상을 하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임시 주총에 종업원지주회는 참석하지 않고 위임장에 의해 의안에 반대하는 의결권 행사를 했다"며 "회원들의 의견이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았고 현 경영진에 의한 부당한 압력을 가하지 않도록 강력히 요청했으나 이런 사태가 발생해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의 갈등 조성 행위가 신 전 부회장 주변의 일부 측근들만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경영활동에 발목 잡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또 더 이상의 분란 조성 행위가 있을 경우 용납하지 않겠다며 강력하게 경고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의 일부 측근들은 롯데 경영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로 어떤 대의와 명분도 없이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며 "롯데의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상법상 질서를 저해한 행위에 대해 법적조치를 포함한 강력한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물러서지 않고 이 싸움을 계속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두 차례 임시주총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는 6월 동일 안건을 재상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롯데그룹과의 법적 분쟁을 계속 이어나가면서 신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 전 부회장은 호텔롯데를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앞서 지난해 10월 롯데쇼핑을 상대로도 가처분신청을 냈으나 제대로 된 명분 없이 대응하다 결과가 기각될 조짐을 보이자 먼저 취하했다.
더불어 경영권 분쟁의 주요 변수인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 관련 심리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어 아직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은 정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이 성년후견인을 지정할 경우 그동안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을 앞세워 제기한 각종 소송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 측이 이번 임시 주총 완패에도 경영권 분쟁을 이어나가기 위해 종업원지주회에 또 다른 제안을 하는 등 방안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종업원지주회에 이미 거액의 보상책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상대로 신 회장이 완벽한 승리를 거두면서 그룹 개혁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일로 신 회장의 롯데그룹 경영권이 더욱 공고해져 앞으로 호텔롯데 상장과 롯데월드타워 완공 등 그룹 숙원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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