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야권 재편을 놓고 맞붙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이번에는 정체성과 관련 설전을 벌였다.
국민의당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라고 한 발언의 후폭풍으로 호남과 야권 지지층 사이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더민주의 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김종인 위원장을 공격하면서 양측 간 거센 공방전이 오갔다.
더민주는 한상진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건국한 국부이고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된 것이라는 한상진 위원장의 발언은 부적절한 것"이라며 "이승만 대통령 자신이 1948년 정부 수립으로 대한민국이 건국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대한민국은 1919년 3.1운동으로 만들어졌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최초 관보 1호를 보면 대한민국 30년이라는 연호가 표시돼 있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이 국부고, 대한민국이 1948년 건국됐다는 역사 인식은 맞지도 않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이에 앞서 기자들에게 "이 전 대통령은 3선 개헌으로 민주주의의 원칙을 파괴하고 3.15 부정선거를 하다가 4.19 혁명으로 망명한 불행한 대통령"이라며 "나라를 세운 사실과 3선 개헌 이후 상황을 놓고 평가해야 한다. 최근 사회적 분위기가 보수화되다 보니 그런 이야기도 나오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김종인 위원장의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 국보위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참여 전력을 두고 역공에 나섰다.
한상진 위원장은 지난 18일 "가장 많은 정권에 참여한 기록을 갖고 있는 김 위원장이 이 전 대통령 국부 발언을 비판했다"며 "전두환 정권의 국보위에 참여한 분으로서 다른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해주기를 요청한다"고 가시돋힌 반박을 했다.
안철수 의원 역시 19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김종인 선배위원장 영입은 원칙 없는 승리라도 하겠다는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원칙 있는 승리가 어려우면 원칙 있는 패배가 낫다고 했는데 노무현 대통령께서 살아계셨다면 절대 동의하시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신경전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호남 민심이 안철수 신당에 쏠리면서 호남 의원들의 줄탈당이 이어졌으나 최근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더민주 입당과 연이은 전문가들의 더민주 영입, 이와 함께 국민의당 내에서 터진 국부 발언 후폭풍으로 최근 호남 민심도 다시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반영한 듯 당초 이번 주 이뤄질 것으로 보였던 박지원 의원계 의원들의 탈당은 보류됐고, 전북 의원들은 잔류를 선택했다. 광주에서 신망이 높은 이용섭 전 의원이 더민주에 복당하기도 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사실상 다시 균형점을 찾은 상황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야권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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