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훈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자율주행차와 같은 스마트카 시장 공략에 나선 가운데 LG전자 등 앞서 시장에 진입한 기존 경쟁자와는 다른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모바일 기기 등과 연동, 고령자나 지체장애인들도 쉽게 주행할 수 있는 개념의 사람·기계간 인터페이스(HMI) 강화와 같은 형태다.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셀프주차나 사고와 같은 비상상황 발생 시 헬스케어 솔루션을 활용한 운전자에 대한 응급조치, 음성 및 제스처 인식을 통한 주행 중 손쉬운 기기 작동 등도 가능하다.
이는 고속도로 외 복잡한 도심환경에서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시점이 오는 2025년께로 전망됨에 따라 이같은 차별화된 기능으로 초기 스마트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초기 자율주행 기술이 수동운전과 병행된 형태로 적용, 시스템 결함이나 갑작스런 사고 등으로 수동운전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야하는 만큼 HMI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장부품 업계 한 관계자는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미래 자율주행차 시장 개화에 대비해 헬스케어 등 기존 완성차에서 제공할 수 없었던 새로운 사용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아직 자율주행차 관련 표준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전략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 삼성 스마트카 시장 진입…시동은 삼성테크윈때?
삼성전자는 지난 9일 정기 조직개편을 통해 '전장사업팀' 신설을 공식화 했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자율주행차 시장 진입을 준비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한화로 매각한 삼성테크윈을 통해 자율주행 로봇 및 자율주행차에 대한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R&D)을 진행해 온 것.
특히, 삼성테크윈은 자율주행차의 HMI 기술로 적용할 수 있는 인지 알고리즘도 함께 개발, 삼성전자의 자율주행차 시장 진입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와 관련 한화테크윈 관계자는 "옛 삼성테크윈 시절부터 기술개발을 진행한 자율주행기술(자율주행알고리즘) 은 바로 차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삼성전자 글로벌기술센터에서 이 같은 자율주행기술 연구개발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장이 삼성전자 글로벌기술센터를 관장할 수 있도록 하고, 무선사업부 내 웨어러블 사업 전담 모바일 인핸싱팀을 신설한 것 역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전장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전장부품사업은 경쟁사(LG전자)와 다른 삼성전자만의 모바일 기술을 접목한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기술(자율주행)에 대한 주요 완성차 업체의 반응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부품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자율주행차 시장 진입은 완성차를 만들겠다는 개념이 아닌 핵심이 되는 플랫폼(HMI)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봐야한다"며, "앞으로 일본의 '덴소'와 같은 전장부품 업체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덴소는 안면인식기술 등을 중심으로 운전자의 상태를 감시·판단할 수 있는 HMI 기술개발에 주력하는 일본 전장부품 회사다.
덴소의 안면인식기술은 운전자의 얼굴 방향과 눈을 뜬 정도를 측정해 전면주시태만이나 졸음운전이 발견될 때, 경보를 울려 안전한 주행을 돕는데 활용되고 있다.
◆ 삼성의 완성차 경쟁? "현재로선 가능성 낮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전장사업팀 신설이 향후 전기차를 통한 완성차 시장 진입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시스템 및 아날로그 반도체, 디스플레이, 발광다이오드(LED), 배터리, 차량용 임베디드(내장형) 운영체제(OS) 등의 해당 사업부문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
더불어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장이 지난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삼성자동차 경영전략담당으로 근무, 배터리·전력관리·모터 등을 연계하는 전기차의 핵심 기술과 유사한 컴프레셔·모터 관련 개발 경력을 보유한 전문가다. 이 탓에 삼성전자가 전기차 등 완성차 시장에 재 진입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것.
하지만 다수의 전장부품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의 이같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완성차 시장은 조금의 제품결함에도 운전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가 까다로운데다, 교체주기도 길어 전장부품 사업에만 집중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것.
게다가 삼성전자가 전기차 사업에 본격 진출하려면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한화테크윈과의 적극적인 자율주행 관련 기술협력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테크윈은 방산 사업의 일환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개발했으나, '보안' 문제로 민간 기업과의 협력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장부품 업계 한 고위관계자 역시 "삼성전자가 M&A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여러 완성차 업체와 경쟁하기보다 주요 업체에 핵심 전장부품을 공급하는 게 수익성 측면에서 더 이득"이라며, "이 때문에 LG전자 역시 완성차 시장에 진출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자율주행차는 자동차가 스스로 주변환경을 인식, 위험을 판단하고 주행경로를 계획하는 등 운전자의 주행조작을 최소화해 스스로 안전한 주행을 진행하는 인간 친화형 자동차를 말한다.
시장조사업체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자동운전시스템을 탑재한 자동차는 지난해 914만7천대에서 오는 2020년께 5천358만6천대로 5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양태훈기자 flam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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