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 해도 그에 따른 한국의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저유가와 글로벌 경기 둔화 현상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시각도 내놨으며, 현재 연간 12회로 운영중인 금융통화위원회 횟수를 8회로 줄이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중이라는 입장도 공개했다.
이 총재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금리 인상이 시작되고 신흥국의 경제와 금융이 안좋게 되면 선진국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한국은 기초경제여건과 외환건전성 탄탄하고,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나타내는 상황인 만큼 미국 금리 인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의 파장이 생겨나 우리 금융시장이 불안해진다면 은행 지급준비율을 여유있게 관리해 시중 유동성을 넉넉하게 푸는 등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회사채시장이나 대출시장에서도 영향이 나타난다면 정부와 협의해 적절히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은은 미국의 금리 인상 그 자체를 보는 게 아니라, 그 이후 국제금융시장이 받는 영향과 움직임을 보고 그에 따른 국내 시장의 변화를 감안해 대응하는 것"이라며 "곧바로 금리를 따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가장 큰 리스크로는 "취약한 신흥국의 위기가 전 세계로 파급될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신흥국 중 재정상황 불안, 원자재 가격 급락 등의 영향으로 취약해진 국가에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에 따른 파괴력이 가장 우려된다"며 "취약 신흥국의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현상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유가, 글로벌 경제회복세 둔화 감안해 성장률·물가 전망치 조정
한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은은 지난 10월에 2.7%로 한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한 바 있다. 이 총재는 "10월 이후 유가 하락세 지속, 글로벌 경기회복세 둔화 등 여건 변화가 있었다"며 "이를 감안해 다시 전망해 내놓겠다"고 전했다.
수출 감소 현상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수출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 유가 하락에 따른 수출 단가 하락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저유가와 글로벌 경제 둔화가 함께 작용해 수출이 감소중인데, 이는 단기간에 반전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답했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앞서 발표했던 내년 물가전망은 국제유가가 50달러 선으로 오를 것을 전제하고 제시한 것"이라며 "현재 30달러선까지 밀려난 저유가 상황은 당초 전제를 벗어난 것으로, 내년 물가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이를 감안해 전망치를 수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금리인상과 더불어 'G2리스크'의 한 축으로 부각되고 있는 중국의 산업 개편에 따른 시장 불안 현상에 대해서는 과도한 우려를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중국이 내수위주로 산업 구조 개편을 추진중이고 금융자유화 조치로 가고 있는데 우리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으로, 중국이 내수 중심으로 간다면 중간재 수출 위주인 우리나라 산업과 금융시장에 부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중국이 산업 개편을 잘 해내고 불안이 줄어들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통위 횟수 연간 12회→8회로 줄이는 방안 진지하게 논의
한편, 이 총재는 "현재 매달 한 번씩 연간 총 12번 열리는 금통위를 8번으로 줄이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중"이라는 발언도 했다. 그는 "미국도 현재 8회 운영하고, 일본도 내년부터 8번으로 줄일 예정이고 영란은행도 마찬가지"라며, "금통위에서 곧 결론을 내겠지만 시행시기는 내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정책은 중기적 시계에서 중기적 전망을 토대로 이뤄져야 바람직한데 매달 하면 월 단위 경제지표에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게 된다며,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측면에서 금통위를 줄일 생각이란 설명이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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