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과 K뱅크는 30일 은행연합회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을 통한 모바일 서비스에서의 경쟁력을 내세웠으며, K뱅크는 우리은행·GS리테일·KT의 기존 인프라를 이용한 오프라인 경쟁력을 차별점으로 강조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발표한 청사진에 따르면, 앞으로 은행 이자로 음악, 영화 등의 콘텐츠를 다운로드하거나, 인터넷쇼핑몰에서 쇼핑하고, 핸드폰 및 인터넷 이용요금도 결제할 수 있는 다양한 예금상품이 나올 전망이다.
모바일을 통해 간편하게 송금하고, 노점상이나 푸드트럭에서도 카드 결제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담보대출과 스타트업 기업, 영세상인대출도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서비스된다.
◆카카오뱅크, 이자를 옥션 포인트로 받는다
카카오뱅크는 국민 97%가 사용하는 카카오톡으로 금융소비자와 금융을 연결하겠다는 포부다.
은행법 개정 후 산업자본의 지분 확대가 인정된다면 카카오가 최대주주로 올라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보다 1주가 적은 2대주주가 된다는 설명이다.
영업시작은 빠르면 내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전망했다.
한국금융지주 이용우 전무는 "IT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뒤 본인가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은행 시스템이 복잡하고, 안전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최대한 빠르게 구축할 예정이지만 업계와 인력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손익분기점은 3년 내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 중심으로 영업할 계획이지만 핀테크업체, 스타트업기업 등 신용평가에서 유리한 벤처업체의 경우 기업대출도 취급할 것이라고 카카오뱅크 측은 전했다.
주택담보대출도 취급하되, 계약 사이에 단기자금이 필요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브릿지대출'을 새롭게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윤호영 부사장은 "많은 회사들이 카카오의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를 원했는데, 이 중에서 가장 높은 역량을 갖고 있고 고객들에게 독보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업체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8가지 분야에서 독보적인 플랫폼을 갖고 있는 기업들로 주주를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안전성을 책임질 금융 부문의 주주로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이 참여했고, ICT 플랫폼은 카카오가 맡는다. 전자상거래에서는 이베이, 콘텐츠에서는 멜론과 예스24, 오프라인 거점으로는 우체국, 리스크 헷징 분야에서는 SGI서울보증, 금융IT솔루션으로는 코나아이, 글로벌 업체로는 중국 텐센트가 참여했다.
주주 참여성을 높이기 위해 예스24를 제외하고는 컨소시엄 구성 업체들이 모두 4%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강점으로는 모바일에서의 높은 경쟁력을 활용한 접근성, 편리성, 연결성을 꼽았다.
윤 부사장은 "카카오는 일일 평균 구동 횟수가 55회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실행되는 앱으로 연결성이 제일 좋다"며 "모바일이라면 카카오가 제일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카카오뱅크는 계좌번호 입력 등의 번거로움을 해소하고,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듯 쉬운 송금이 가능한 간편송금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에 예금 시 이자는 고객이 현금이나 다양한 포인트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인터넷쇼핑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도 발표했다. 옥션 및 예스24 포인트, 카카오 이모티콘, 넷마블 아이템, 멜론 상품권 등을 현금 대신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24시간 모바일을 통한 상담이 가능한 '금융봇' 서비스도 내놓는다. 생활밀착형 재정관리 서비스, 위치와 소비패턴에 기반한 정보제공 서비스, 빅데이터 기반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윤 부사장은 "고객 유치와 발굴에서도 카카오톡을 통해 빠른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사업에서도 백만 가입자 달성까지 카카오뮤직 3일, 카카오페이 22일, 카카오택시 45일이 걸린 바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간 단계 업체를 뛰어넘어 돈을 받을 사람과 보낼 사람을 바로 연결해 기존의 지급·결제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바꿔 수수료를 줄일 것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뱅크는 대출 혁신을 위해 '카카오스코어링'이라는 신용평가 시템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기존 금융권의 신용평가 데이터에 주주사로 참여한 지마켓, 예스24, 옥션 등의 업체들의 온라인과 모바일 데이터를 활용해 고도화된 신용평가 모델을 만든다는 것이다.
아울러 카카오톡의 해외 사용자를 통한 이체송금 서비스, 텐센트의 위뱅크 인터넷은행 고객과 카카오뱅크 고객간의 결제 제휴, 인도네시아 모바일 SNS 사업자 패스(Path)를 통한 인터넷은행 추진, 동남아시아 인터넷은행 진출 등의 해외사업 진출을 위한 계획도 발표했다.
금융 안전성은 한국투자금융지주, KB국민은행 등 기존 금융업체들이 책임지기로 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이용우 전무는 "IT인력을 전체의 40%로 구성함으로써 IT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사시 '유동성 공급 확약서'에 따라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우선적으로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안전성을 높였다. 주요주주인 KB와 카카오 역시 유동성 공급에 합의했다는 설명이다.
◆K뱅크, ATM 기기 활용한 전국 오프라인망 강점
KT가 주축이 된 K뱅크는 국내 전통적인 금융·통신사업자로서의 강점을 내세웠다.
빠르면 2년, 늦어도 3년 안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KT 김인회 전무는 "다른 곳에 비해 초기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며 "특히 IT 시스템을 저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흑자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비스와 관련된 콘텐츠 제휴는 초기에는 KT 통신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가 중심이 될 것이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와의 제휴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도 사업제휴를 제안할 것"이라며 "두 업체들이 의사가 있다면 함께 갈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김 전무는 "참여 기업들의 업력이 오래됐기 때문에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혁신의 능력이 없다면 애초에 기업들이 오래 유지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K뱅크는 IT역량과 공공성을 보유한 대표 통신기업인 KT와 스마트뱅킹 1위 은행인 우리은행, 업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증권이 혁신을 책임질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GS리테일, 이지웰, 포스코ICT 등의 플랫폼 기업과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KIC 등의 지급결제 기업이 참여했다. 핀테크 기업으로 8퍼센트, 뱅크웨어글로벌, 브리지텍, 민앤지, 모바일리더, 인포바인 등이 참여한 것도 특징이다.
중국 알리페이, 스마일게이트, 한국관광공사 등은 글로벌 진출을 도울 계획이다.
K뱅크는 비대면인증을 통해 계좌 개설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전략을 전했다. 앱이나 자동화기기(ATM)를 통해 비대면 실명인증을 하면 계좌개설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권고안으로 신본증 사본 제출이나 영상통화, 또는 기존계좌 거래권한 여부를 확인하고, 보안강화를 위해 스마트폰 간편인증으로 추가인증을 할 예정이다.
금융거래 시 인증 절차도 줄일 계획이다. 기존 본인인증, 보안카드,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대체인증 옵션을 제공한다. 음성, 안면, 홍채인식 등의 생체인식을 검토중이며, 신용카드 인증, 유심 일회용비밀번호(OTP) 인증 등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K뱅크는 온라인데이터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제활동을 수반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김 전무는 "온라인 상의 경제활동과 오프라인 상의 경제활동은 상당히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아직까지 오프라인 거래가 압도적"이라며 "K뱅크는 국내 과세대상 개인사업자의 70% 이상인 350만 개인사업자, 민간소비 지출규모의 35%인 60억건 이상의 결제 데이터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KT 휴대폰 대리점, GS리테일 편의점, 우리은행 지점 및 올레티비 등 IPTV에서도 인터넷은행 거래를 지원하는 등 주주사의 다양한 온오프라인 고객접점 채널을 활용해 개설 및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김 전무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갖고 있는 모바일의 한계는 ATM 확대로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S리테일의 1만여개 편의점 점포, 우리은행 7천개의 ATM, KT의 1천여개 공중전화 등이 인증, 개설, 대출, 자산관리에 이용될 것이란 설명이다. 차차 이들 기기들을 스마트 ATM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그는 아울러 "현재 KT는 7만여개 공중전화 부스를 갖고 있는데 공중전화에는 전력선과 인터넷이 다 깔려 있다"며 "이는 이같은 인프라를 얼마든지 ATM화 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결제 시스템에 있어서는 빠르고 저렴한 '익스프레스 페이'를 런칭할 계획이다. 결제단말기 설치 없이 노점상 등 영세업자들도 카드 결제가 가능해지고, 수수료는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춘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를 위한 '원스톱 소호(SOHO) 금융플랫폼' 구축도 발표했다. 상권 분석, 예상 매출액 정보제공, 적정권리금 산출, 소호 창업대출부터 K뱅크의 마케팅 플랫폼을 통한 가게 홍보까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방 등 부동산 플랫폼을 이용한 대출 상품도 선보인다. 부동산 중개 앱을 이용하면서 '대출신청'을 누르면 바로 K뱅크 대출상품으로 연계되는 식이다.
기존 신용평가 시스템의 한계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세분화된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으로 극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존 은행 신용평가에서는 대학생, 주부 등 금융거래 내역이 없어 신용등급이 없는 고객이 1천만명이 넘는다. 특히 신용등급 5등급의 불량률을 보면 은행은 2.4%, 저축은행은 9.7%까지 벌어지는 등 차이가 많이 나는 등의 단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 전무는 "현재 중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21.2% 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는데, 이자를 10%대로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페이와의 제휴를 통해 중국 관광객들의 개인정보 데이터를 활용한 중국 관광객 공략에도 나선다.
그는 "관광객들이 어디를 통해 어떻게 쇼핑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관광객에 대한 세금환급 서비스 등도 이미 준비중"이라고 전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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