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훈기자] 중국이 국영 기업 '칭화유니그룹'을 앞세워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 진입을 예고했다.
앞서 지난 7월 추진한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인수가 무산됨에 따라 '선(先)낸드 후後D램'으로 전략을 변경한 것.
실제 칭화유니그룹은 마이크론 인수 무산 이후, 지난 9월 자회사 유니스플렌더를 통해 세계 1위 HDD 기업 '웨스턴디지털'의 지분 15%를 인수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웨스턴디지털을 통해 마이크론과 합작해 낸드플래시를 양산 중인 샌디스크를 190억 달러(한화 22조 1천217억 원)에 우회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양사가 경쟁업체 대비 우위를 지니고 있는 3차원(3D) 낸드플래시 양산기술을 적극 활용해 격차를 벌려나갈 계획이다.
◆ 중국의 M&A 야욕, 도시바까지?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샌디스크 인수로 칭화유니그룹이 해당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도시바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도시바가 중국에 인수된 샌디스크와 합작(50대50대)해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3개를 보유 중으로, 인수에 성공할 경우 서버·데이터센터·스토리지 등 낸드플래시 수요가 높은 시장에 대한 진출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바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SK하이닉스를 넘어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할 정도로 경쟁력이 있는 만큼 중국 입장에서 해볼만하다는 것.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도시바는 26.7%의 시장점유율을 달성, 38.3%의 점유율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뒤를 2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15.1%의 점유율로 시장 4위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에서는 도시바가 최근 회계부정 및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면서 3D 낸드플래시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신규 투자를 진행할 여력이 없다는 점에서 중국 매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도시바 영업익은 지난해 상반기 1천378억 엔(한화 1조 3천87억1천416만 원)에서 올 상반기 904억 엔(한화 8천585억4천688만 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회계연도 상반기 이후 6년만의 일이다.
신한금융투자 소현철 이사는 "도시바는 회계 부정 등 어려움으로 낸드 투자 여력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도시바가 중국과 전략적 협력 혹은 낸드 사업 매각 등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수도 있다"고 전했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3D 낸드로 앞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발 위기 속에 3D 낸드플래시 양산 기술로 시장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3D 낸드플래시는 저장공간인 셀을 수직으로 쌓아 저장용량을 확보한 차세대 메모리다. 단수가 높아질수록 셀을 더 많이 쌓아 고용량 제품 구현이 가능해, 수익성이 좋아진다.
현재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도시바 등의 경쟁업체들이 3차원 낸드 플래시 메모리 양산을 준비 중이지만, 이를 대량 생산하는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한 상황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3D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양산기술을 확보한데 이어 최근 3D 낸드 기반의 SSD 제품을 기존 5개 제품군에서 10개 제품군(총 39개 모델)로 확대·출시하는 등 적극적인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또 3D 낸드플래시 기술인 'V낸드'를 전면에 활용한 브랜딩 전략을 구사하고, 용량도 2테라바이트(TB)부터 6.4TB까지 다양화했다.
기술격차도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부터 3세대(48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 내년에는 64단까지 적층수를 높일 계획인 반면 경쟁업체들은 내년에나 본격적인 48단 3D 낸드 양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낸드플래시 시장은 기존 평면(플래너) 기술 끝단에서 3D로 전환되는 시점"이라며, "내년부터 3D 낸드 시장이 본격 형성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역시 삼성전자에는 조금 뒤쳐졌지만, 올해 3세대 3D 낸드플래시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초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현재 2세대(36)단 3D 낸드플래시 제품의 양산 준비는 끝마친 상황으로, 주요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샘플링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D 낸드플래시 메모리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각각 중국 시안 및 충북 청주 생산라인의 생산량 확대도 검토 중이다.
양태훈기자 flam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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