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게 핀테크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핀테크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던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고 핀테크 기업들은 규제가 풀릴 때마다 합법의 테두리로 들어온 핀테크 사업의 다음 행보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아이뉴스24는 규제 완화와 함께 7부 능선은 넘어선 것으로 평가받는 핀테크 코리아의 혁신 현장을 중간 점검한다. [편집자주]
[이혜경기자] 지난 2014년 말 핀테크가 대두된 후 금융권과 정보통신기술(ICT), 유통 등 연관 산업에서는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자 해도 규제가 발목을 잡는 통에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앞장서 핀테크 관련 규제 철폐에 나서면서 초반에 지적됐던 걸림돌들은 하나둘 치워졌거나 치워지고 있다.
분야별로는 인터넷은행, 크라우드펀딩, 결제 관련산업 분야는 관련법 정비 또는 가이드라인 제시 등을 통해 규제완화의 진척 속도가 빠른 편. 외환 핀테크도 정부가 개선 방침을 공식화하고 법 개정을 준비하는 등 눈에 띄는 진전을 보이는 상태다.
개인간(P2P) 대출은 상대적으로 진행이 더딘 편이나 관련한 신규 업종을 규정해 전자금융업자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정치권에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 활용과 맞물린 빅데이터 활성화는 아직 이해관계자들 간 의견 차가 커 문제가 해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전자금융업자들의 등장을 감안해 전자금융업종 규율 재설계작업을 연말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핀테크 기업들이 아이디어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면서 겪었던 어려움들은 최근 구체화되는 금융권 공동 오픈플랫폼 추진에 힘입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함께 추진중인 핀테크 오픈플랫폼은 금융회사들이 공개한 금융서비스를 한 데 모아놓은 공간으로, 금융회사 내부의 금융 서비스를 표준화된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특별한 프로그래밍 기술 없이 앱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구성한 프로그램 명령어) 형태의 오픈 API로 제공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또한 핀테크 서비스가 금융전산망에서 작동하는지 시험해 볼 수 있도록 업계 공동 테스트베드도 함께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내년 상반기에 핀테크 오픈플랫폼 구축을 완료, 핀테크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대폭 단축시켜 관련 서비스들의 출시를 용이하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핀테크 규제완화 분야별 변화 상황은?
◇인터넷 전문은행 =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금융위는 지난 6월 18일 자본금 규모를 500억원으로 제시해 기존 시중은행 대비 절반 수준으로 결정하고, ICT 기업이나 제2금융권 등의 참여를 긍정적으로 보겠다는 도입방침을 내놓은 상태다.
금융위는 9월30일부터 10월1일까지 인터넷은행의 예비인가 신청을 접수받아 심사한 후 12월께에 본인가를 마칠 계획이다.
예비인가 신청 접수 시기가 다가오면서, 1호 인터넷은행의 타이틀을 잡기 위한 관련기업들의 합종연횡도 본격화하고 있다. SK텔레콤과 인터파크를 주축으로 한 인터파크컨소시엄, KT컨소시엄, 카카오뱅크컨소시엄, 500V 인터넷전문은행컨소시엄 등이 예비인가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지점 없이 100% 온라인 거래만 하는 인터넷은행에는 비대면 실명 거래 허용이 전제돼야 한다. 이 부분도 이미 해결됐다.
12월부터는 은행 창구에 직접 가지 않고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비대면 실명 확인'이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은행권부터 적용된다.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은 ▲신분증 사본제시 ▲영상통화 ▲현금카드 등 전달 시 확인 ▲기존 계좌 활용 4가지 방식을 활용하게 된다.
◇크라우드펀딩 = 크라우드펀딩(창업기업 등이 온라인을 통해 다수의 소액투자자를 모집해 공모증권 등을 발행하는 제도) 관련법은 수년간 국회에서 계류한 끝에 지난 7월6일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법에 투자중개업의 하나로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이 신설돼 크라우드펀딩은 합법 테두리에 들어왔다. 이 법안은 정부의 손질 등을 거친 후 내년 1월께면 시행될 전망이다.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에 대한 예비신청과 등록심사는 오는 11월부터 시작된다. 올해 안에 관련 인프라 정비도 마무리를 추진중이다.
관련법 국회 통과 후 와디즈, 팝펀딩, 오픈트레이드 등 크라우드펀딩업체들이 사업 본격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크라우드펀딩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뿐 아니라, 초기 벤처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또 투자자들에게는 새로운 투자대상으로도 주목되고 있다.
◇외환 핀테크 = 외환 핀테크 규제 완화의 경우, 은행에만 허용했던 국경간 지급/결제 업무가 지난 7월부터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에 허용됐다.
은행 또는 금융사가 아닌 일반기업도 국경간 외환이체업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업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뼈대를 마련해 내년에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혁신과 불법의 경계 위에 서있던 외환 핀테크가 합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온다는 의미다.
기재부는 이와 관련해 "비은행 금융사의 외환업무 범위가 획기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금융권의 글로벌 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보고 "핀테크 등 신기술 금융에 외환업무가 개방되는 등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걸맞은 비즈니스 창출이 보다 용이해지고, 특히 외환이체업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핀테크와 결합될 경우 다양하고 창의적인 업무로 발전 가능하다"며 외환 핀테크를 겨냥한 규제 완화임을 강조했다.
PG사에 대한 국경간 외환 지급/결제 허용은 직구와 역직구를 가로막던 벽을 무너뜨린 정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를 통해 국내 소비자가 국내 카드로 해외 직구를 할 수 있게 됐고, 거꾸로 해외소비자가 국내 온라인몰에서 국내 PG사를 거쳐 달러, 위안 등으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금융 빅데이터 활용 =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자산관리 등이 발전하려면 금융 빅데이터 활용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개인금융정보 공개 수위와 맞물려 있어 아직 해결이 더딘 편이다. 정부와 관련 업계, 학계, 시민단체 등에 이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서는 누군지 알 수 없도록 '비식별화'한 개인정보는 본인의 동의 없이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관련 업계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비식별 정보가 언제든 식별할 수 있는 정보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 이 같은 부분에 대한 해소가 빅데이터 활성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P2P 대출 = 그동안 마땅한 관련법이 없어 대부업으로 등록해 어렵게 사업을 해오던 P2P 대출 분야는 최근 '전자여신대행업'이라는 새 업종으로 분류하는 방안이 추진돼 주목된다.
전자금융업자에 전자지금결제대행업자(PG), 전자고지결제업자, 전자투자자문업자, 전자여신대행업자를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 새누리당 김상민의원실에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 등과의 조율을 마치고 국회에 상정 후 통과될 경우, P2P 대출도 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당국,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 방향 전환해 긍정적
핀테크 산업을 지원하고자 금융·외환당국이 추진하는 규제 완화는 그동안 '허용한 사업만 하라'는 포지티브(Positive) 방식 위주였으나 점차 '하지 말라는 것 빼고는 뭐든 해도 좋다'는 네거티브(Negotive)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신용카드사의 부수업무 허용(금융위), 외환업무의 비금융사 허용(기재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서는 통신판매, 여행업 및 보험대리점, 대출중개, 투자중개업 등 가능한 업무를 나열하고, 여기서 벗어난 사업을 카드사들이 할 수 없도록 제한했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여전법을 개정, 올해 하반기부터 앞으로 카드사가 금지업무 외에는 새로운 부수업무를 시작하기 7일 전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면 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개선했다.
기획재정부도 그동안 은행에만 허용했던 외환업무에 대해 일부 제한이 필요한 업무 외에는 증권사 등 비금융사가 해도 된다며 역시 네거티브 규제 기조로 돌아섰다.
다만, 아직도 금융당국에서 네거티브 방식 규제와 포지티브 규제 사이를 방황하는 모습이 관측돼 변화의 노력이 좀더 필요해 보인다.
오는 12월 도입 예정인 비대면 은행 계좌개설 허용과 관련해 금융위는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할 때 고객의 실명을 확인하는 방법을 4가지 제시하고, 이중 2가지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라는 방침을 내놨다.
네거티브 규제 기조를 따른다면 적용해선 곤란한 방식만 몇 개 거론하고 나머지 방식은 은행들 스스로 선택해 비대면 실명확인에 적용하도록 하는 그림으로 나와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 부분에서 그동안 해오던 대로 4가지 방법을 골라서 하라고 정해줘 기존 포지티브 방식을 그대로 답습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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