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홈쇼핑 업계가 '가짜 백수오'와 '메르스 여파'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백수오 환불 이슈로 2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올 상반기 실적도 30% 가량 급락했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홈쇼핑의 주력 사업인 TV채널 부문의 성장세가 꺾인데다, 제7홈쇼핑과 T커머스 등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 단기에 성장세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조짐이다.
7일 업계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GS홈쇼핑,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등 홈쇼핑 3사의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8% 감소한 1조5천369억 원을 기록했다. 또 영업이익은 백수오 환불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급감한 1천636억 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넘게 홈쇼핑 업계를 지켜봐 왔지만 이처럼 1년 사이에 영업이익이 30~50% 가량 줄어든 것은 처음"이라며 "가짜 백수오와 메르스 등의 영향이 컸지만 전반적으로 소비가 침체된 것도 한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속 타는 홈쇼핑, 2분기 실적 악화에 '울상'
각 업체별 2분기 실적은 업계가 직면한 어려운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업계 1위인 GS홈쇼핑의 지난 2분기 취급액은 전년보다 2.3% 증가한 8천71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천62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외형 성장에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53억 원으로 33.2% 급감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0.5% 줄어든 249억 원에 그쳤다.
CJ오쇼핑은 2분기 취급고와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감소한 경우. 취급고는 전년 동기 대비 0.3% 감소한 7천850억 원, 매출액은 14% 줄어든 2천862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193억 원으로 50.6%나 감소했다. 이 영향으로 CJ오쇼핑은 올 상반기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13.7%, 29.3% 줄어든 5천704억 원, 553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홈쇼핑 역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급감했다.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한 2천171억8천500만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7.7% 감소한 248억 원, 당기순이익은 42.4% 줄어든 226억 원에 그쳤다.
이처럼 업계실적이 악화된 이유는 백수오 사태에 따른 환불비용 여파가 가장 컸다. 지난 5월 백수오 환불 이슈 이후 현대홈쇼핑은 백수오 환불 비용으로 82억 원을 사용했으며 CJ오쇼핑과 GS홈쇼핑도 각각 영업이익의 5% 가량인 40억 원을 썼다.
이 외에도 홈앤쇼핑은 130억 원, 롯데홈쇼핑은 110억 원, NS홈쇼핑은 5억 원 가량을 백수오 환불 비용으로 사용했다. 특히 홈앤쇼핑과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각각 919억 원, 1천12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분기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환불 비용으로 쓴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검찰이 '가짜 백수오'를 제조·납품한 내츄럴엔도텍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홈쇼핑 업체들이 떠안게 됐다"며 "특히 현대홈쇼핑은 올들어 집중적으로 백수오를 판매한 탓에 전체 판매액에 비해 환불 대상이 많아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부문, 나홀로 성장…"득보다 실" 우려도
홈쇼핑 업체들의 2분기 실적이 악화됐음에도 모바일 부문은 '나홀로 성장'을 이어갔다. 전체 취급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면서 외형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 그러나 판촉확대에 따른 판관비 부담 증가로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어 모바일 사업에 대한 업체들의 고민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GS홈쇼핑의 2분기 모바일 취급액은 58.7% 늘어난 2천55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TV쇼핑과 인터넷쇼핑, 카탈로그 부문이 각각 5%, 27.5%, 17.6%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TV부문 취급액은 6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CJ오쇼핑 역시 모바일 취급액은 1천926억 원으로 20.6% 늘어나 전체 취급고의 25%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그러나 TV와 카탈로그의 취급액은 각각 4.8%, 21.9% 줄어들었다.
현대홈쇼핑의 모바일 취급액은 1천459억 원으로 172%나 급증했다. 또 렌탈, 의류, 명품잡화 관련 상품들이 TV채널을 통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경쟁사와 달리 이 부문 취급액도 3% 증가한 4천540억 원에 달했다. 다만 카탈로그 부문은 170억 원을 기록하며 30%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들이 모바일 사업부문을 강화하고 있지만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등과도 경쟁하면서 모바일 프로모션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해 부담이 크다"며 "사업 기반이 되는 TV채널 부문의 성장세가 꺾이고 모바일에서의 무차별 경쟁이 이어지면서 각 업체들이 구조적인 성장 한계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홈쇼핑 비상경영,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아
올 상반기 실적 부진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홈쇼핑 업체들은 하반기부터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상반기 동안 부진했던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업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하반기 역시 경영 환경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제7홈쇼핑 개국과 함께 T커머스 채널이 속속 등장하는 등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내부에서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들어 계속 실적이 좋지 않아 비용을 줄이라는 압박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며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내년까지 어려움이 계속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업계도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해외 사업 등을 통해 성장동력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GS홈쇼핑은 올 하반기 '모바일'과 '해외사업'에 계속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현대홈쇼핑 역시 연내 베트남과 태국 진출을 앞두고 있어 홈쇼핑 개국 준비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TV채널의 탄탄한 매출을 기반으로 모바일 사업과 패션상품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CJ오쇼핑은 올 하반기 동안 자사에서만 판매되는 '단독 상품'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을 끌어모은다는 전략이다. 또 해외 사업의 실적 개선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들이 모바일 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곳에서 수익이 나기 전까지 영업이익률은 계속 추락할 것"이라며 "TV채널 부문에서 매출이 유지가 되지 않는데다 다른 사업 부문에서 투자만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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