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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엘리엇 錢爭, 향후 시나리오는?


주총 표대결 불가피, 소송 난타전 '촉각'

[박영례기자] 56조원과 29조원의 전쟁. 삼성과 엘리엇간 불거진 말 그대로 '쩐(錢)의 전쟁'을 빗댄 얘기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이 싸움은 삼성전자라는 글로벌 기업을 거느린 삼성과 외국계 투기성 자본의 싸움으로 압축되고 있다.

엘리엇은 29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큰 손으로 수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법정공방을 불사하는 투기성 펀드로 분류된다.

공격 대상이 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대를 보유한,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 연결고리에 놓인 회사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1분기말 기준 현금보유고만 56조원에 달하는 제조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이다. 또 삼성은 치밀한 전략과 위기관리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번 싸움이 삼성의 지배구조와 핵심 계열인 삼성전자를 겨냥한 싸움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고, 악명 높은 헤지펀드가 공격에 나섰지만 상대인 삼성 역시 만만찮다는 뜻도 된다.

가처분 소송과 백기사까지 등장한 가운데 향후 이 싸움이 어떻게 전개될 지가 초미의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기민했던 엘리엇 – 치밀했던 삼성

제일모직이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에 수정 제출한 합병신고서에 따르면 엘리엇 측의 이번 공세는 말 그대로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엘리엇은 지난달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이사회를 통해 합병을 결의한 바로 다음날인 27일 삼성물산에 합병 반대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6월 3일 삼성물산에 정관변경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보내고, 다음날인 4일 삼성물산 지분 7.12% 보유 사실을 공시하며 경영참여를 공식화 했다.

5일에는 주요주주에게 합병반대 서한을, 9일에는 급기야 주주총회 결의 가처분 신청 등 소송을 본격화 했다. 이어 10일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를 매각, 우호지분 확대에 나서자 바로 이에 반발하며 11일 추가 소송을 제기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삼성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준비해온 삼성측은 엘리엇의 공격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이번 합병은 삼성전자의 3대 주주이고, 삼성의 사실상 지주회사이자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회사간 합병이라는 점에서 지난 2013년 말부터 진행돼온 삼성 지배구조 개편을 완성할 사실상의 마무리 단계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전담 팀과 인력을 두고 오랫동안 치밀한 사전작업과 원활한 추진을 위해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삼성은 해외 자본이 실제 공격에 나설 것 까지 미리 예상했을지는 모르겠으나 엘리엇의 존재는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엘리엇이) 지난 2월부터 주식 매집을 통해 지분 3~4% 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잇단 공격에 본격적인 대응을 자제하다 지난 10일 KCC에 대한 전격적인 자사주 매각을 결정했다. 이에 대한 엘리엇 측의 가처분 소송 등 주장에도 "예상했던 수순"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소송 난타전 예고, 합병은 어떻게

엘리엇이 공격적인 헤지펀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차익 실현까지는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엘리엇은 합병비율 산정과 함께 순환출자 구조 등을 문제 삼으며 삼성 지배구조의 취약점을 파고들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0.35대 1로 현행법상 상장기업에 적용되는 최근 주가 등을 근거로 산정됐다. 그러나 엘리엇은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감안할 때, 삼성물산의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는 주장이다. 제일모직의 PBR이 4배가 넘는 반면 삼성물산은 1 미만으로 자산가치를 밑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이번 합병신고서에 따르면 엘리엇측은 삼성물산에 "합병 후 공정거래법상 위반 되는 상호출자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순환출자를 문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개정된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는 금하고 있다. 또 합병 등 이유로 새로 순환출자가 발생할 경우 6개월 이내 이를 해소해야 한다.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는 오너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수단이 된다는 이유로 그동안 소위 재벌가를 둘러싸고 심심찮게 불거졌던 지배구조 논란의 핵심. 엘리엇 측이 이를 정조준 하고 나선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엘리엇의 공세가 결정타가 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합병은 순환출자가 단순화된 경우여서 법 적용 예외 대상이 될 것으로 삼성측은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공정위와 협의를 통해 예외 대상인지 여부나, 문제가 될 경우 이의 해소 방안 등 시기를 결정해 이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은 또 이번 자사주 매각을 시작으로 엘리엇측의 공세에 대한 본격적인 법적 대응도 준비중이다. 현재 엘리엇측의 주주제안의 적법성에 대한 법률적 검토에 착수한 상태. 엘리엇측이 요구하는 현물 배당이나 이를 포함한 중간 배당 등을 반영한 정관 변경이 주총 안건으로 채택되거나, 되더라도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측은 추가적인 소송전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9월로 예정된 합병법인 출범 등 일정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측은 "엘리엇 측이 주주제안 채택을 요구하는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이나, 주총 위임장 대결은 물론 이후에도 국내외 손해배상 청구나 지분 추가 매집을 통한 임시주총 요구 등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주총 결의 가처분 신청 등 합병을 막으려는 행위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향후에도 엘리엇을 비롯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국내외 법원 등에서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합병일정 지연 등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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