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를 통해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 진출을 노렸던 국내 게임사들의 계획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알리바바가 성과 부진 등의 이유로 모바일 게임 사업을 철수하는 과정에서 국내 게임사들과의 계약이 모두 어그러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알리바바가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국내 유망 모바일 게임 계약을 연이어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만 해도 업계는 텐센트에 이은 또 하나의 중국 진출로가 생긴 것으로 기대했다.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모두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국내 게임사들의 피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알리바바와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게임사는 NHN엔터테인먼트를 비롯, 네시삼십삼분, 파티게임즈 등 3개사로 이들은 지난해 말 파티게임즈를 시작으로 모두 알리바바와 계약을 해지했다.
◆ '포코팡' '활' '무한돌파삼국지' 모두 중국 진출 무산
NHN엔터테인먼트(대표 정우진)는 지난해 말 알리바바와 '포코팡' 중국 진출 계약을 체결했으나 올해 4월 양사간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알리바바로부터 '모바일 게임 사업을 더이상 진행하지 않는다'는 뜻을 통보받은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6월 알리바바가 인수한 자회사 유씨웹(UCWeb)을 통해서라도 포코팡 중국 진출을 타진하려 했으나 최근 이마저도 무산됐다.
포코팡은 지난 2013년 5월 일본 매출 순위 1위를 달성한 퍼즐 게임으로 중국에서의 성과 또한 기대를 모았었다.
회사측은 "최초 논의 당시 내용과 알리바바 본사의 모바일 게임 사업 방향이 변경돼 알리바바 자회사를 통해 테스트를 진행했으나, 예상대비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다"며 "중국에서 포코팡 서비스를 진행하지 않기로 양사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알리바바와 모바일 게임 '활' 계약을 체결했던 네시삼십삼분(대표 장원상, 소태환) 역시 최근 계약을 해지했다.
활은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기울 실제 활을 쏘는 듯한 재미를 제공해 인기를 끈 게임으로, 당초 알리바바를 통해 현지 안드로이드 마켓 및 애플 앱스토어 등에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결국 무산됐다.
파티게임즈(대표 이대형)의 경우 알리바바를 통해 중국에 선보이기로 했던 '무한돌파삼국지'의 현지 출시 계약을 지난해 말 해지한 바 있다. 파티게임즈가 알리바바의 최대 경쟁사로 알려진 텐센트로부터 200억 원 규모의 자금 투자를 유치한 점과 기대 이하의 성과를 보인 알리바바 모바일 게임 플랫폼의 영향 때문이었을 것으로는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 예견됐던 알리바바 계약 해지 사태
물론 이같은 해지 상황은 앞서 예견됐다. 알리바바가 지난해 1월 모바일 메신저 '라이왕'과 오픈마켓 '타오바오'를 통해 시작한 모바일 게임 서비스들이 당초 예상과 달리 시장의 주목을 받는데 실패한 것이 첫번째 징후였다. 모바일 게임 확보와 투자 등을 담당하던 박순우 총괄 이사가 지난해 11월 퇴사한 것도 이상 기류로 포착됐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최근 방한해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만나 B2C(이용자 대상) 플랫폼 티몰(T-mall) 한국관을 개통하고 알리바바 본사 청년 인턴십을 도입하는 등 전자상거래 분야 협력을 논의한 것과는 달리 알리바바와 국내 유망 모바일 게임 분야의 협력은 일찌감치 좌초됐던 셈이다.
이번 알리바바 계약 해지 사태가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현재 상황을 적나라하게 알려준 단면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내 한 모바일게임사 대표는 "알리바바의 계약 해지 사태는 현재 중국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한국 모바일 게임의 현주소를 보여준 셈"이라며 "최대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에 진출하려는 국내 게임업계의 출구 전략이 절실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중국 진출을 노리는 국내 게임사들의 텐센트 쏠림 현상만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텐센트는 가입자 5억 명이 넘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과 모바일 큐큐(QQ) 등을 토대로 한 텐센트 모바일 게임 플랫폼을 통해 현지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분기 텐센트가 벌어들인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1.7% 증가한 36억 1천만 달러(약 4조 원)에 이른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사진 박세완 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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