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더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시작해야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혁명의 선봉에 설 수 있어요."
세계적인 가상현실 헤드셋 제조업체 오큘러스VR을 창업한 팔머 럭키(Palmer Luckey)는 "가상현실(VR) 콘텐츠는 더이상 미래의 것이 아니며 대중화의 길목에 서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반인들도 가상현실 콘텐츠를 일상적으로 즐길 날이 머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17일 '유나이트2015' 행사의 기조 연설자로 나선 그는 지난 2012년 스무살의 나이로 오큘러스VR을 창업,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팔머 럭키가 설립한 오큘러스VR은 지난해 페이스북이 약 20억 달러에 회사를 인수하면서 전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페이스북 역시 오큘러스VR을 인수하며 '오큘러스 리프트'와 같은 가상현실 헤드셋 착용시 360도 방향에서 시청 가능한 가상현실 동영상 서비스를 곧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집에서도 유명 콘서트장이나 해변가에 온듯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오큘러스VR은 일반 대중이 아닌 개발자들이 주 대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0만 대가 넘는 가상현실 헤드셋을 판매했다. 이미 폭발적인 인기를 입증한 셈이다.
특히 페이스북에 이어 삼성, 구글과 같은 굴지의 IT기업들도 앞다퉈 가상현실 시장에 진출, 시장 경쟁과 대중화는 당연한 수순으로 접어든 상태다.
팔머 럭키는 "가상현실은 이미 하나의 산업을 만들고 있다"며 "대여섯 개의 거물급 기업이 참여했다는 것은 그만큼 가상현실 시장의 실패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 가상현실 콘텐츠 산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역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게임산업이야말로 가상현실 콘텐츠 덕에 가장 큰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날 분야라고 내다봤다. 게임산업은 고사양 그래픽카드를 비롯한 각종 하드웨어 등 가상현실 콘텐츠를 충분히 담을 수 있을만큼 상향 평준화됐고 이용자들의 발길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매력도 있다.
팔머 럭키는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도 여러 사람이 접속해 즐기는 멀티플레이 게임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특히 가상현실은 게임 외에도 여러 다양한 산업군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그는 관측했다.
일례로 오큘러스 리프트는 암세포 연구를 비롯한 의료 분야는 물론 영화 시장에서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오큘러스VR은 픽사를 비롯, 유명 영화 산업 종사자들을 영입해 관객이 직접 영화 속 세계에 들어와 있는 듯한 가상현실 경험을 제공하는 단편 영화들을 만들고 있다.
물론 이같은 콘텐츠 제작을 위한 플랫폼 역할만 할뿐 오큘러스VR이 직접 영화나 의료 관련 산업에 뛰어들 계획은 없다. 가상현실 구현을 위한 '도구'만을 제공하겠다고 명확히 선을 그은 셈이다.
별도의 운영체제(OS)를 개발할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팔머 럭키는 "전세계적으로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는 기존 운영체제를 지원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며 "개발자들에게 친화적인 접근법을 택한 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존 오픈마켓 사업자와는 달리 어떠한 제약도 걸지 않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팔머 럭키는 "애플 앱스토어는 (애플의) 승인을 받아야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폐쇄적인 플랫폼"이라면서 "그러나 우리는 그 반대로 어떤 '이상한' 소프트웨어가 올라오더라도 모두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팔머 럭키는 연속적이며 끊기지 않는 가상현실 세상 구현이 목표라는 미래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가령 가상현실 게임을 즐기던 중 이메일을 확인하는 등 다른 용무가 생겼을 때 '엑시트'(Exit) 버튼을 누르지 않고 손짓만 하면 즉각 해당 업무를 볼 수 있는 새로운 가상현실 환경이 펼쳐지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부 과격한 가상현실 콘텐츠로 인해 체험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만화와 텔레비전과 같은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우리 아이가 살인자가 될 것이다'라고 기겁하며 과잉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늘 있었다"고 일축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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