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가입자 2천500만 시대. 이 중 1천만이 IPTV가입자다. 우리나라 가구수가 1천900만 것을 비춰보면 이론적으로 유료방송 신규 가입자 유치는 더이상 힘들고, 사업자간 뺏고 뺏기는 싸움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포화상태에 다달았다. '유료방송=케이블TV'라는 공식은 이미 깨진지 오래다. 출범 6년만에 20년 역사의 케이블TV를 위협하고 있는 IPTV의 등장으로 인해 유료방송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은 이동통신 서비스와 결합한 상품 등장으로 시장형태도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케이블TV 진영은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라는 논리 아래 점유율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IPTV 사업자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게 점유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아이뉴스24는 독자 여러분과 유료방송 시장의 쟁점과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정미하기자] 2015년 을미년의 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5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를 하루 앞두고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장외에서 격돌했다.
이유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KT의 IPTV와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의 가입자가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시작된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 논의는 결국 2013년 6월과 8월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한 사업자의 유료방송시장점유율을 33%로 제한'하는 합산규제 관련 법안 2건을 이끌어낸다.
현재 전병헌 의원이 발의한 IPTV법률 개정안, 홍문종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미방위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2013년 중순 발의된 합산규제 관련 법안은 치열한 찬반 논쟁 끝에 2014년 12월에야 국회 미방위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었다. 그리고 오는 2월 법안소위에서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합산규제' 도입 갈등은 그만큼 유료방송 시장은 포화 상태이며, 서로 뺏고 뺏기는 경쟁만 남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합산규제는 이제 시작일 뿐, 이를 넘어선 유료방송 시장 전체의 발전 방향을 논의해야 할 때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IPTV +위성방송' 가입자 증가하며 갈등 촉발
업계의 갈등은 유료방송 시장의 판도변화와 무관치 않다. 올해 개국 20년을 맞는 케이블TV 업계는 정체를 보이고 있는 반면, IPTV는 개국한지 6년도 채 안된 지난해 8월 경 가입자 1천만명을 모으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를 보면 전통적인 유료방송시장의 강자 케이블TV의 가입자 증가는 정체기에 들어갔다. 이와 달리 IPTV는 가입자 성장세가 눈에 띈다.
케이블TV가 전국 77개 사업구역에서 모은 가입자수는 2013년 말 기준 1천474만명. 약 1년인 이후인 2014년 11월 기준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1천478만명으로, 2007년 가입자와 유사한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케이블TV 가입자수는 2010년부터 매년 6만~7만명씩 감소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IPTV의 가입자는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1월 기준 가입자 수는 1천69만명을 돌파했다. 이 중 KT가 580만명(OTS포함), SK브로드밴드가 275만명, LG유플러스가 213만명을 차지한다.
2010년 365만명의 가입자를 모은 IPTV는 494만(2011년), 654만명(2012년), 861만명(2013년), 1천83만명(2014년 11월)으로 가입자 성장률이 20%에 육박한다.
이처럼 전체 유료방송시장에서 케이블TV와 IPTV의 점유율은 반대방향으로 달린다. 케이블TV의 전체 시장 점유율은 2012년 63.5%에서 2013년 58%로 떨어졌다. 반대로 IPTV는 증가세를 지속하며 2012년 27.9%에서 2013년 34.3%로 올라섰다.
사업자 별 가입자 점유율을 따지면 1위 사업자는 IPTV사업자인 KT계열로 2013년 말 기준 전년 대비 1.4%p 증가한 27.2%를 차지했다. 2위는 CJ헬로비전(15.5%)이다.
IPTV관계자는 "양방향 기반의 디지털 방송을 서비스하는 IPTV와 달리 케이블TV는 아직 디지털 전환을 진행 중"이라며 "IPTV사업자들이 선보이고 있는 '모바일+방송 상품' 결합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산규제 논의만 몇년째
사정이 이렇다보니 케이블TV 업계가 위기를 느끼고 있다. 100% 양방향 디지털 방송, 초고속인터넷·이동전화와의 결합판매를 앞세운 통신사에 비해 지역기반의 케이블TV가 상대적인 약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때문에 유료방송시장에서 하나의 사업자가 독주할 수 없는 룰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주목을 끈 것이 '합산규제와 결합상품 규제'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유료방송 점유율 1위 사업자 KT계열의 독주를 막기 위한 합산규제 논의가 중심에 서 있다.
합산규제는 하나의 사업자(계열사 포함)의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아지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는 사실상 KT의 IPTV와 위성방송의 점유율 합이 기준치(33% or 49%)를 넘게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제 도입을 의미한다. 이같은 문제가 생긴 것은 KT IPTV 가입자가 늘어난데다 자회사 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에는 점유율 제한이 없어 사실상 KT에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러다보니 케이블TV는 물론 IPTV경쟁사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까지 KT 규제에 손을 들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는 현재 1위 사업자인 KT가 위성방송을 이용해 점유율을 늘리면 지배력을 통한 여론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이 들어있다.
하지만 인위적인 합산규제는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으며, 지나치게 점유율(33%)을 제한하는 것이 글로벌 미디어 경쟁시대에 맞는 것이냐 하는 반대 입장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KT 관계자는 "해외 유료방송의 경우 진입과 소유규제를 두지 않으며, 경쟁제한적인 경우 사후규제로 문제를 풀고 있다"며 "우리의 현실을 보더라도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채널편성권만 있을뿐 여론 지배력이 강한 채널은 대부분 의무재전송 채널로 규정돼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국회, 눈치보기 급급
합산규제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 정부나 국회의 움직임은 양측 눈치보기에 급급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방송법과 IPTV법률을 하나로 묶는 '통합방송법'을 추진하며 합산규제 도입 조항을 넣긴 했지만 향후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는 합산규제를 도입하되 점유율 규제는 시행령에 맡기도록 하는 안(1안), 합산규제 33%를 도입하되 3년 일몰로 하는 안(2안)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
2안만 놓고보더라도 33%냐 49%냐를 두고 KT그룹과 반(反) KT그룹간 의견이 팽팽이 맞선다. KT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의 근거로 삼고 있는 1위 사업자 점유율 제한 49%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KT그룹은 방송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33%를 도입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도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합산규제 법률 논의를 미루고만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미방위 법안소위에서 지난해 결론맺지 못한 합산규제 관련 법안을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결론을 이끌어낼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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