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CJ그룹이 이재현 회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채욱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에 나선다. 이 회장 구속 이후 사실상 그룹 경영 전반을 이끌어 왔던 누나 이미경 부회장은 안팎의 여러 상황이 겹치면서 최근 경영 일선에서 한발짝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일 CJ그룹에 따르면 이미경 부회장은 지난 해 11월부터 주로 미국에 머물고 있는 탓에 그룹 경영위원회를 통한 주요 현안 결정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 회장 구속 초기에는 그룹 경영 전반에 관여, 이 회장 공백 메우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는 건강 악화 등의 이유로 결정사항을 보고 받는 정도로 역할이 축소됐다.
CJ그룹은 이 회장 구속 이후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돼 왔다. 손경식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이채욱 CJ주식회사 대표,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 등이 참여하는 그룹 경영위원회를 통해 주요 현안을 결정해 왔으나, 오너의 부재로 투자 규모나 영업이익 감소 등으로 내부에서는 경영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졌던 상황.
실제로 CJ그룹 9개 상장사 투자 규모는 지난 2012년 1조1천9억 원에서 2013년에는 1조904억 원으로 줄었으며, 영업이익도 9천446억 원에서 8천246억 원으로 감소했다. 또 지난 해 상반기 중단하거나 보류한 투자 규모는 4천800억 원으로, 당초 계획됐던 투자액의 35%에 해당한다.
지난 해 초에는 주요 계열사 전략기획책임자(CSO) 30여명으로 구성된 그룹 전략기획협의체도 신설했지만 여전히 대규모 투자나 M&A 등 주요 현안 결정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또 항소심에서 이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고 경영 복귀를 기대했던 CJ그룹은 또 다시 이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오너 부재 장기화로 위기감이 더 커지자 확실한 경영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채욱 부회장을 핵심 인물로 앞세우기 시작했다.
그 사이 이미경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는 점차 줄어들었다. 당초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 공백을 메울 것으로 기대했지만 측근들의 부정적인 평가가 끊임없이 이어져 오면서 힘을 다소 잃는 모양새다.
특히 노희영 전 CJ그룹 브랜드전략고문은 소득세 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후 오히려 CJ제일제당 부사장으로 발탁 되는 등 이 부회장이 영입한 경영 컨설턴트들로 인해 기업문화가 악화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로 인해 안팎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또 이 부회장은 지난 해 11월 이후 국내와 미국을 왕복하지만 주로 미국 캘리포니아 라구나비치에 머물며 건강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 회장 구속 이후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그룹 경영 전반에 적극 나섰던 것이 건강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어머니인 손복남 고문의 뜻도 일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문화사업에 주력하던 이 부회장이 글로벌 경기 영향으로 위기감을 느낀 것도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아직까지 여러 경로를 통해 경영에 관여하고는 있다"면서도 "이 부회장의 직함은 유지하지만 그룹 주요 업무 보다는 문화사업에 더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국내외 사업에 차질을 빚자 CJ그룹은 점차 이채욱 부회장 체제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채욱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신현재 CJ대한통운 대표가 지난 해 그룹 핵심 보직인 CJ경영총괄에 선임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2월 말로 예정된 CJ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이채욱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가 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토대로 올해는 그 동안 이 회장 부재로 중단된 사업들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CJ그룹은 '식품과 문화'를 넘어 물류산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현재 싱가포르 종합물류회사인 APL로지스틱스의 인수적격후보 회사 명단에 포함돼 경쟁업체들과 함께 실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 말 선정될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미경 부회장의 역할은 그룹 내에서 여전히 중요하며, 그룹 주요 현안 보고도 계속 받고 있다"면서도 "곧 있을 정기 임원인사에서 규모나 방향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전문경영인 체제가 강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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