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이 일 년에 딱 한 번 알람 없이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는 아침이 있으니, 바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치르는 날이다. 집 앞에 바로 고등학교가 있어, 수능 날이면 선배들을 응원하는 후배들의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응원 소리와 북소리에 꿀 같은 아침잠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
"아이고 깜짝이야! 아빠, 쿵쿵쾅쾅 지축을 울리는 이 북소리는 수능을 알리는 것인가요?"
"그래, 벌써 또 수능 날이네. 한 해가 참 빨리 간다."
"공부는 하기 싫고 시험은 잘 보고 싶다니, 참말로 도둑놈 심보가 따로 없구나. 어쨌거나 기왕 물어본 거 답은 해주마. 평소에 우황청심원을 가끔 먹어봤던 사람이 아니라면 차라리 먹지 않는 게 낫다는 게 아빠 생각이야. 잘못 먹었다간 오히려 낭패를 볼 수도 있거든."
"네에? 제 친구 큰오빠가 그거 먹고 완전 시험 잘 봤다던데요?"
"물론 그럴 수도 있지. 우황청심원은 진정·안정 작용을 하는 한방 구급약인데, 열을 내리고 기혈이 잘 순환되게 도와주는 약재들로 구성돼 있단다. 그래서 수능을 볼 때처럼 극도로 긴장되는 순간에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지. 하지만 좀처럼 흥분을 하지 않는 데다 열이 없는 체질의 학생이 마음을 가라앉히려 우황청심원을 먹었다간 오히려 졸음이나 무기력, 집중력 장애가 올 수도 있어요. 지나치게 마음이 평온해지는 거지."
"수능은 정말 중요한 시험이잖니. 그러니까 가급적 한의원에 가서 의사의 의견을 꼭 물어보라고 권하고 싶구나. 체질에 따라서 우황청심원이 아니라 전혀 다른 처방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게 어렵다면 평소 모의고사 때 먹어보고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해 보는 것도 좋단다. 또 굳이 약을 먹지 않더라도, 감국차를 먹으면 눈이 맑아지고, 구기자차를 먹으면 안구건조와 두통을 예방할 수 있고, 오미자차를 마시면 체력을 보강할 수 있으니까 꾸준히 이런 차를 마시는 것도 좋단다. 하지만 이도 저도 어렵다면 차라리 아침 식사와 간식에 신경을 더 쓰는 게 나을 것 같구나."
"밥이랑 간식이 수능 보는 데 중요해요?"
"뇌에 영양을 공급하는 일이니까 당연히 중요하지. 소화가 잘 안 돼서 시험 중에 화장실에 갈까 봐 아예 아침밥을 먹지 않는 수험생도 있다고 하는데,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란다. 공복이 12시간 이상 계속되면 집중적 사고가 힘들어지거든. 두뇌의 유일한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아침밥을 꼭 먹는 것이 좋아요. 포도당으로 분해되는 탄수화물을 비롯한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한 콩류, 두부, 생선이나 과일을 골고루 먹으면 더욱 좋지. 학습능력은 당분을 섭취한 지 2시간 후에 가장 좋아지니까 시험보기 약 2시간 전에 가볍게 아침밥을 먹으라고 권하고 싶구나."
"음, 두 시간 전…, 꼭 기억할게요. 그리고 또요? 간식은 왜 먹으라는 거예요?"
"아침밥을 너무 많이 먹으면 혈액이 소화기관으로 몰려서 뇌가 둔해질 수 있으니까 아침밥은 가볍게 먹고, 대신 초콜릿이나 사탕, 바나나 같은 간식으로 꾸준히 뇌에 에너지를 공급해주라는 거지. 특히 초콜릿에 함유된 테오브로민이라는 성분은 정신을 안정시켜주고 뇌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준단다. 또 따듯한 꿀물을 보온병에 담아뒀다가 조금씩 마시는 것도 좋아요. 실제로 명문대생들의 수능 체험기를 보면 초콜릿을 책상 위에 까두었다가 집중력이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먹었다는 등의 간식 활용법이 많이 나온단다."
"와, 대박! 제 나이 아직 12세에 불과하지만, 미리 수능을 좀 보면 안 될까요? 배가 찢어지도록 초콜릿에 사탕에 바나나까지 호로록 호로록 먹을 수만 있다면 수능쯤은 기쁘게 치러볼게요!"
"아이고 내 딸아, 간식 먹을 생각에 어디 시험문제나 풀 수 있겠냐? 암튼, 먹으면 좋은 음식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가급적 안 먹는 게 좋은 음식을 알려주마. 먼저 커피는 피하는 게 좋아요. 안 그래도 심리적으로 불안한데, 커피 속 카페인이 방광을 자극해 자꾸만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면 그만큼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겠지? 그리고 간식으로 떡을 조금씩 먹는 경우도 있는데, 떡은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이라서 시험 컨디션을 망칠 수도 있으니 먹지 않는 게 좋아요."
"와, 수능 시험 볼 때 신경 쓸 게 이렇게 많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이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아빠는 도대체 수능을 얼마나 잘 보신 거예요? 전국 1등? 2등?"
"아, 그, 그게…, 우리 때는 수능이 아니라 대입학력평가였고, 에…, 아빠가 그땐 이런 걸 잘은 몰랐었는데…. 그게 그러니까, 그땐 초콜릿이 너무 귀했을지도 모르고…."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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