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미기자] 검찰의 '사이버 검열' 논란이 13일 국정감사를 달구었다.
야당 의원들은 현 정부의 검열 정국이 사이버 망명을 불러오고 국내 ICT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여당 측은 사이버 명예훼손과 유언비어 유포에 대한 적절한 대처라면서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정책을 실시하겠다'며 감청 영장에 대해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이버 검열논란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사이버 검열, ICT산업 위축시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미래창조과학부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주무부처인 미래부가 검찰의 '사이버 검열' 움직임에 안일하게 대응함으로써 ICT 산업위축 등 악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은 사이버사찰 논란에 대해 "(국민들이) 장관도 모르는 텔레그램으로 망명을 했는데, 이는 굉장히 창조경제에 피해주는 사례"라며 창조경제 주무부처인 미래부를 질타했다.
같은당 장병완 의원 역시 "그동안 박근혜 정부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강조하면서 국민들이 어려움을 당하더라도 성장정책에 초점을 맞춰왔다"며 "그럼에도 '검열 정책'으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ICT가 어려움과 위축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병헌 의원은 "국민 감사 공화국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인터넷 산업에 있어서 심각한 차별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백해무익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검찰이 사이버상 명예훼손 등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이후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톡과 네이버의 라인, 네이트온 등 국내 메신저 서비스는 총 160만명 이상이 해외 사이트로 넘어가는 등 혹시나도 모를 감시 가능성을 피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3천500만 가입자를 둔 카카오톡은 메시지 보관 기간 단축 발표 등 사활을 걸고 가입자 이동 차단에 나섰지만, 현재의 사이버 검열 정국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날 국감에서 미래부는 검찰과의 유관기관 대책회의에서 '검찰의 취지에 동감하며,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야당 의원들로부터 따가운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이용자들이)외국의 회사로 옮겨가는 것에 대해선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관련 산업에 타격이 가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미온적인 대답에 머물렀다.
◆"사이버 사찰"VS "적법한 수사"
이날 여야의 사이버검열 논란은 경찰청 국정감사와 법제사법위의 법무부 감사를 벌인 안전행정위원회에서도 정잼이 됐다.
안행위의 경찰청 국감에서 새정치연합 임수경 의원은 "최근 논란이 되는 카카오톡 압수수색은 대화 상대방의 전화번호와 대화 일시 등 포괄적인 내용을 포함해 민간인 사찰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문희상 의원도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 가치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비롯해 비판할 수 있는 자유"라며 "양심의 자유를 지켜줘야 할 경찰이 이를 거꾸로 침해하는 것은 엄청난 사태"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감사에서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검찰이 실시간 모니터링은 물론 게시물에 대한 직접 삭제를 추진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사실을 공개하며 따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 "검찰은 법원의 영장을 받아서 한다고 말하고 있고, 법원은 검찰이 청구해 내주는 것이라고 핑계를 대고 있다"며 "어느 기관도 국민의 사생활을 소중히 여기는 곳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감청은 국가안보와 범죄수사를 위해 지극히 제한적이고 합법적 절차아래 집행되는 감청을 사찰이나 검열 등으로 왜곡하는 것은 반성해야 한다"며 "텔레그램같은 해외서비스라도 안전성을 누구도 보장해주지 못하며, 현재의 사이버망명 역시 해외 정보기관에 정보만 내주는 꼴"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법무부 감사에서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은 "사이버 실시간 모니터링은 사찰이나 검열이 아니며 카카오톡을 압수수색 한 것도 이메일 압수수색과 같은 것"이라면서 검창의 입장을 지지했다. 그럼에도 그는 "카톡은 피압수수색자의 그룹채팅이 다 한꺼번에 보인다는 점에서 집행과정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에 대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저도 카톡을 쓰고 있다"며 "실시간 감찰, 감청의 오해가 생긴 부분은 잘못된 것"이라며 직접 사과했다.
황 장관은 "(메신저에 대한) 실시간 감청은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실시간 모니터링이라는 표현이 알려지면서 오해가 생긴 게 아닌가 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카카오톡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일은 없다"고 강조하며 '실시간 삭제' 표현에 대해서는 "검찰이 그렇게 지시하는 게 아니라 포털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삭제할 수 있는 건 삭제하도록 협의한다는 의미"라며 진화에 나섰다.
◆다음카카오, '카톡 검열'에 수사협조 거부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및 유언비어 수사강화는 사실상 '인터넷 재갈물리기'라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그 불똥이 카카오톡 검열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가 검찰의 감청과정에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도 함께 커지고 있는 상황.
이용자들의 비판이 카카오로 쏟아지자 카카오 측은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사협조 거부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다음카카오가 지난 7일부터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는 것을 각오하겠다는 의사를 내보였고 "법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에는,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말하면서 카카오톡으로 논란의 불똥이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고 나섰다.
이석우 대표는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 외에도 갖고 있는 모든 서비스에 대해 프라이버시 우선 정책을 적용할 것을 검토하고 언론 등을 통해 설명할 것"이라며 "앞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정은미기자 indi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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