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TV 중계 화면에선 골이 들어갔는데, 내 스마트폰에선 왜 아직도 공격수가 드리블 중일까?”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이제 딱 두 경기 남았다. 오는 13일 새벽 브라질과 네덜란드 간의 3, 4위 결정전에 이어 14일 독일과 아르헨티나 간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한 달 가까이 계속된 축구 대제전의 막을 내린다.
이번 월드컵은 명실상부한 N스크린 중계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불과 4년 만에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기기를 활용한 중계가 완전히 정착한 덕분이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나 인터넷으로 월드컵 중계를 시청한 사람들 사이엔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지연 중계가 바로 그 것. 꼭 월드컵 뿐만이 아니다. 류현진 선수가 출전하는 메이저리그 경기 역시 인터넷으로 볼 경우엔 TV보다 조금 지연 중계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IT 전문 매체인 기가옴이 10일(현지 시간) 이런 의문에 답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결론부터 말하고 시작하자. 일부 기기의 월드컵 중계가 지연되는 것은 TV 신호를 전송하는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케이블-위성-IPTV 등 전송 경로 차이 때문에 지연현상 발생
지연 중계 현상을 가장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건 역시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쪽이다. 월드컵은 이제 거의 끝났으니 시험 삼아 류현진 선수 등판 경기 때 TV와 인터넷으로 동시 시청해보라. TV에선 홈런치고 환호하는 데 인터넷 중계에선 아직 타석에서 폼 잡고 있는 화면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TV 중계라고 다 똑 같은 건 아니다. 케이블, 지상파, IPTV, 위성방송 등에 따라 조금씩 중계 화면이 차이가 난다. 기가옴에 따르면 위성방송 시청자들은 케이블이나 지상파에 비해 5초 정도 중계가 지연되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위성방송 중계에선 방송 콘텐츠를 위성으로 보내는 데 0.5초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전송할 때 압축한 콘텐츠를 다시 풀어서 내보내는 데 몇 초가 더 소요된다. 그러니 이런 과정을 생략한 케이블이나 지상파에 비해 중계 화면이 많게는 4, 5초 정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중계에선 위성TV보다 변수가 더 많다. 일부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클라우드 상에서 인코딩 작업을 하는 데 여기서 생각보다 긴 시간을 잡아먹게 된다.
월드컵 중계를 할 때 이용하는 동영상 형식 역시 중계 지연 현상의 원인 중 하나다. 이 부분은 기가옴의 설명을 그대로 옮겨보자. 참고로 기가옴 기사는 미국 시청자들을 기준으로 했다는 점을 감안하자.
ESPN이 제공하는 워치ESPN 스트리밍 서비스는 애플이 개발한 HLS 형식을 이용한다. 그런데 HLS 형식은 일반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기까지 최대 10초 정도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
◆가정 인터넷 환경으로 인한 '라스트 마일' 이슈도 중요
스포츠 중계 화면 지연 현상을 발생시키는 요인은 또 있다. 최종 이용자들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경로인 콘텐츠 전송네트워크(CDN)에 따라서 지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CDN에 병목 현상이 발생할 경우엔 당연히 전송 속도가 느리게 된다. 스포츠 중계는 아니지만 올 초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즈’가 CDN 병목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적 있다. 결국 넷플릭스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컴캐스트 같은 케이블 사업자와 ‘피어링 계약’을 체결했다.
CDN을 통과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다. 마지막 관문이 또 남았다. 바로 가입자 가정의 인터넷 서비스 수준이다. 기가옴 표현대로 ‘라스트 마일 이슈(last-mile issues)’다. 가정에 설치된 라우터나 와이파이 네트워크 수준, 그리고 재생 기기의 상태 등에 따라 중계 화면이 재생되는 속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인터넷 중계가 TV보다는 수 초 정도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니 옆집에서 “와” 함성이 나오는 데 내 인터넷 기기에선 여전히 드리블 중이더라도 너무 슬퍼하진 말자. N스크린 시대 초기를 살아가면서 지불하는 비용 정도로 치부하고 느긋하게 즐기자.
기가옴은 이런 현상에도 불구하고 이번 월드컵은 인터넷 스트리링 중계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주장했다. ESPN의 인터넷 중계는 16강전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 게임당 평균 82만9천 명의 순방문자 수가 몰려 들었다. 예선 미국과 독일 경기엔 순 방문자 수가 170만 명에 이르면서 ESPN의 실시간 스트리밍 중계 신기록을 수립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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